◎남“북풍공작엔 면역”/대북대응력 향상/경협 등 일관추진/북“DJ는 껄끄럽다”/체제 공고화속 현상유지 가능성새해 남북관계는 새로운 변수들을 맞게 됐다. 김대중 정권의 등장은 정부의 대북시각이 종전과 달리 새롭게 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선 가능하다. 또한 한국이 겪고 있는 경제난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기본구도인 경제력의 격차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여기에 북한은 김정일의 당총비서 취임 등 지배체제가 상대적으로 공고화한 측면이 가세하고 있다. 새해 남북관계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들이다.
우선 김당선자의 새 정부는 북한문제와 북한의 대남전략에 정교하게 접근, 대응해 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수나 즉흥성, 정치적 동기에 따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몰리는 사태는 과거에 비해 덜하리라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상회담 등을 통해 급진전하거나, 경제교류 확대 등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개선, 또는 현상유지되는 수준으로 전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남한의 대응력보다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정일이 당총비서 승계를 계기로 과연 어떤 정책노선을 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서 이 부분은 불투명하다. 북한방송들은 오히려 김대중 당선자에게 「남조선의 정책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상회담 등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북한은 현상유지 이상 수준의 남북관계 진전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 북한은 필요에 따라 대남관계를 조절해왔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이에 따라 급랭을 오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남한이 정권교체로 북한의「북풍공작」에 면역을 갖게됐다. 따라서 북한도 섣불리 관계개선에 응했다가는, 종전처럼 판문점 무력시위류의 북풍을 일으키는 방법 등으로 급전환을 의도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김정일에게 김대중정부는 쉽게 가까이 하기가 마땅치 않은 상대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당선자 역시 그동안 진보적 자세를 취해왔다는 일반 여론과 보수계층의 잠재적 적대의식을 의식해서라도 대북문제는 조심스럽게 다루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국인 마당에 보수층의 지지를 잃을 무리수는 삼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김당선자는 당분간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할 일이 쌓여 있다. 경제가 북한문제보다 우선 순위에서 앞선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김당선자는 경협절차 간소화,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 이산가족 상봉, 남북 공동관광사업 추진등 공약사업은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들은 한반도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으며 반면에 북한으로서도 함부로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김병찬 기자>김병찬>
◎“정상회담 북이 원할때 실현될것”/“성사땐 통일 첫단계 진입” 새 정부 주변국 협조유도 주력 예상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직후인 지난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일 총비서에 대해 조속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제의했다.
김당선자는 또 대선 공약으로 당선될 경우 즉각 남북간에 특사를 교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김당선자의 대북제의는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라기 보다는 선언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당선자는 역대 정권과는 달리 남북 정상회담이나, 고위 당국자간 대화의 재개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종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새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냉정』이라며 『역대 정권이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인게 남북관계를 왜곡시킨 주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측이 진정 만남을 원하고, 필요를 느낄 때 정상회담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측 내부 사정도 정상회담의 조기 추진을 망설이게 하는 한 요인이다. 북한측은 아직 우리측 대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북한 방송들도 김당선자에 대한 일체의 논평을 삼가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측이 체제 유지를 위해 「김대중 정권」과의 우호적 관계 정립이 바람직 스럽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김당선자는 상반기 중에는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을 위해 주변 관련국가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당선자가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30일 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일본 외상과의 면담 등을 통해 남북 문제의 「당사자원칙」을 수용해주도록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회의 양성철 의원은 『4자회담을 통한 남북관계의 설정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일본이 소외돼 있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당선자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갖는 기대는 크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는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남북 기본합의서가 전면적으로 이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당선자의 구상대로라면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그가 3단계 통일론중 첫 단계로 설정한 화해와 협력, 불가침과 교류시기로의 진입이 완결됨을 의미하게 된다.
결국 김당선자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새 남북관계를 완성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4자회담/지속적 추진속 북 태도변화에 결실여부 달려
4자회담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지지의사를 밝힌 만큼 새정부하에서도 지속적인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은 새정부하에서 과연 4자회담이 결실을 거둘 수 있느냐 여부이다. 전문가들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북·미관계개선의 수단으로 4자회담을 활용해온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당선자는 평소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은 남북 당사자가 해결해야 하며 주변 강대국들의 보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당선직후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을 위한 4자회담을 적극 지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도 4자회담을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틀」로서 확신을 갖고 있다.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는 따라서 4자회담의 운명과 직결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4자회담에서 북·미수교등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시하는 기존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직 승계등 북한의 체제변화가 있었지만 김일성 사후 전반적인 권력을 장악, 모든 정책을 결정해 왔기 때문에 기존정책의 변화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의 변화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북한이 이미 본회담에 참석, 4자회담의 틀안으로 들어온데다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키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게 분석의 근거다. 게다가 북한은 조문거절을 이유로 현 정부와의 대화는 거부하면서도, 차기정부와의 정상회담 등을 시사하는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가능성을 높게 하는 대목이다.
4자회담의 성패전망은 차기정부하에서 첫회담인 오는 3월16일 2차 본회담에서 나타날 북한의 태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권혁범 기자>권혁범>
◎주변정세/북·미북·일 등 관계개선 더욱 빨라질듯
새해는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관계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돼 각국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의 우선 변화요인은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 움직임이다. 북한은 그 어느때보다 더욱 미일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집착할 것으로 보이며, 미일도 이에 상당히 호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의 세력균형 중심으로 남기위해 한반도문제에 깊이 관여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94년 제네바기본합의 이후 꾸준히 관계개선을 시도해왔다. 북미는 ▲연락사무소 개설 ▲미사일 ▲미군유해 송환 ▲경제제재 해제 협상 등을 통해 직접 협상을 벌여왔다.
북·미는 그동안 북한에서 직접 유해를 발굴하는등 유해협상에 큰 진전을 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이 북한의 4자회담 참여 대가로 경제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사상 처음으로 미 국무부에서 양자간 고위급회담을 갖기도 했다. 미사일협상은 북한의 거부로 진전이 없었다. 북·미는 새해에도 지난해처럼 직접 협상을 통해 관계개선을 시도하겠지만 북한이 바라는 직접 수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은 더욱 빨라질것으로 보인다. 북일 수교문제는 지난해 일본 여중생납치와 마약밀수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북한의 경제적 필요성과 일본의 국제전략상 필요성이 맞물려 급진전될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북·미, 북일 관계개선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남북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미일측의 급진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미국과 일본으로 급격히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식량지원과 혈맹관계를 강조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고,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위해 남북과의 관계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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