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300㎏ 거구… 하루 80∼100㎞ 달려/통솔력 강하지만 은둔과 방랑의 생리도무인년 호랑이해의 아침이 밝았다.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국가부도 위기, 치솟는 물가, 해고와 임금삭감…. 마치 호랑이에게 목덜미를 물린 형국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선인들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게 호랑이는 맹수라기보다 곰방대를 물고 있는 친구같은 존재다. 중국에서 재물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또 일본에서 복을 부르는 고양이가 인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단연 호랑이가 인기다. 역사상 최고의 제전으로 꼽혔던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가 호랑이를 모델로 한 호돌이가 아니었던가.
12지(십이지)에서 호랑이는 방향으로는 동북동, 시간으로는 상오3시부터 5시, 달로는 음력1월을 지키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호랑이꿈은 길몽 중의 으뜸으로 여겨진다. 울주반구대 바위그림 속의 호랑이는 풍요, 청동기시대 호형혁대잠금고리의 호랑이는 벽사를 상징했다.
보통 호랑이는 몸길이 3m, 몸무게 300㎏의 거구. 먹이를 찾아 하루 평균 80∼100㎞를 달리고 걸을 때의 보폭은 80㎝에 달하며 항상 뒷발이 앞발 자국을 되밟는 습성이 있다. 뛸 때는 보폭이 보통 4m, 먹이를 뒤쫓을 때는 7∼8m나 되며, 수명은 25∼30년이다. 또 호랑이는 일출과 일몰 직전을 가장 좋아하고 자기가 잡은 신선한 야생동물만을 먹는다.
문헌에는 신라 진덕왕 때 귀족 알천공이 호랑이 꼬리를 잡아 땅에 메쳐 죽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후백제의 견훤은 어릴 때 호랑이젖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호랑이가 모두 635 차례나 나오는데 「기우제에 호랑이 머리를 사용했다」 「호환이 있었다」고 하거나 또는 호랑이를 엄한 학정, 몹쓸 일, 어려운 일 등에 비유하기도 했다.
범띠는 예로부터 민간신앙에서 보통 띠와는 달리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우선 큰 스님들은 범띠(인년), 범월(인월), 범시(인시)에 태어난다는 얘기도 있고 사주에 범이 들어간 사람들은 종교인이나 예술가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범띠는 대체로 일찍 성숙하여 통솔력이 왕성하지만 고독하게 지내다 속세를 등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은둔과 방랑은 호랑이의 천부적인 생리인 셈이다. 호랑이는 닭 우는 소리를 매우 싫어한다. 따라서 띠궁합에서 호랑이띠와 닭띠는 상극이다. 반면 호랑이 말 개띠는 삼합관계에 있다. 어쨌든 올해가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기품의 호랑이등을 타고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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