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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공동위기 원인과 해법’ 브루스 커밍스 교수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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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공동위기 원인과 해법’ 브루스 커밍스 교수 특별대담

입력
1998.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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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냉전끝나자 ‘한국 나사조이기’ 시작”/한국 ‘특별대우’는 옛말 세계시장 경쟁자로 취급/북한 쉽게 붕괴안해… 김정일 8월께 주석취임 예상/새정부 대북문제 경제·외교통한 해결모색 바람직21세기의 문턱에서 느닷없이 한반도를 강타한 엄청난 위기로 남북한이 각각 고전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미국내 저명한 한국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노스웨스턴대·정치학)교수와의 특별대담을 통해 한반도를 옥죄고 있는 위기의 실체를 해부하고 그 해법을 모색해본다. 대담은 조광동 한국일보 시카고지사 논설위원이 맡았다.<편집자주>

­북한은 식량위기로 고통을 겪고있고 남한은 금융위기에 빠져있다. 역사학자로서 오늘의 남북위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한반도 위기의 원인을 모두 한민족의 분단과 냉전의 종식에서 찾고 있다. 분단은 더 강해질 수 있는 남북 모두를 약하게 만들었다. 남북을 양국화시키면서 서로가 극단적인 일방을 취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혈맹의 관계였다.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은 더이상 남한을 이런 관계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극적인 방법으로 나사를 죄기 시작했다.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냉전시대에는 있을 수 없었다. 한국경제의 건강은 바로 공산주의와 싸우는 것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경제가 세계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 하는 입장에서 보게 됐다. 미국은 IMF를 통해 한국경제를 통제하고 있다. 역사학자로서 나는 오늘 남한의 위기는 의도된 것이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냉전종식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한은 특별대우를 받는 나라에서 하나의 경계대상으로 취급받게 됐다. 미국은 한국의 발전모델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한국경제 발전모델의 종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투명성이 보장되고 미국의 자유시장 개념에 맞도록 (한국경제가) 개편되기를 원하고 있다』

○반미감정 도움안돼

­IMF의 요구는 한국에 반미 감정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데.

『이미 반미감정과 민족주의 감정이 일어났다. 반미감정은 광주사건 이후 80년대에 가장 심했다. 그러나 이제는 반미감정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갈 곳이 없다. 냉전시대에는 반미감정이 갈 곳이 있었다. 과거에는 한국이 공산화하는 것을 미국이 걱정했기 때문에 반미감정에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아무도 반미감정에 개의치 않는다. 이는 오히려 문제를 더 만들뿐이다. 미국의 정책입안자들 눈에는 반미감정과 민족주의 감정은 한국경제의 구조개편을 피하려는 방편으로 비칠 뿐이다』

­남한의 반미감정은 한미관계를 더욱 소원하게 만들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더욱 적극적이도록 해서 2개의 코리아정책을 가속화할 가능성은 없는가.

『미국은 절대로 남한과의 관계를 북한으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정부는 남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한을 지원해야하는 입장때문에 비정상적인 관계였다. 미국은 공산주의 침투를 막기위해 남한을 도왔지만 냉전의 종식과 함께 이 관계는 끝났다. 이제는 미국과 남한이 자본주의 세계에서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에는 삼키기 어려운 약이겠지만 예상된 일이었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다른 선택이 모두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길을 택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주장했지만 이제 4자대화를 수용했다. 한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좁은 생각이다. 냉전이후 동아시아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냉전의 벽과 정치적인 벽을 허물고 있다. 중국은 홍콩과 통일을 이룩했다. 통일이 되었지만 중국은 홍콩으로 구민들이 옮겨가는 것을 허용치 않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정책을 펼 수 있다. 분계선을 군사 분단선이 아닌 두 개의 한국간 인구이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식량위기는 가뭄과 수해로 시작됐고 남한의 금융위기는 외환부족으로 터졌다. 남북한의 위기를 초래한 기후와 외환 이외에 다른 문제점을 찾는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남북한의 위기는 모두 태풍처럼 갑자기 찾아왔다. 미국중앙정보국(CIA)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80년대만해도 식량이 남았다고 한다. 그후 점차로 경제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분배와 수송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련의 붕괴로 기름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비료를 기름 대신 사용하게 됐다. 남아 돌아가던 화학비료를 농작물에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면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홍수와 가뭄이 2년간 계속 되었다. 남한은 바로 1년전만해도 세계화를 말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그러던중 김영삼 정부가 작년말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김영삼 정부는 이어 레임덕이 되면서 아시아지역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부 리더십의 부족이 위기의 한 부분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왜 한국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정부관리가 너무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박정희 향수’는 문제

­한국인들 가운데는 경제가 어려워지자 박정희 정부나 심지어 전두환 시절까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독재까지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그런 현상은 경제가 빨리 발전한 나라에서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박정희씨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국인의 대다수는 농촌 출신이다. 농부의 가정은 자본주의 사고와 거리가 멀다. 근검절약하고 저축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박정희시대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것은 한국인의 오랜 가치관이었던 이런 검소와 저축으로 인해 경제가 발전하고 잘 살게 되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에 질서가 있었다고 믿기 때문에 향수를 느낀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고도로 발전해서 아주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박정희 향수」는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다. 독재에 항거해서 사회가 겪었던 고통들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박정희씨가 오늘 나타난다고 해도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경제가 다시 살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룬 가장 큰 저력을 무엇이라고 보며 향후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이 이룩한 경제발전은 기적이 아니다. 첫째, 열심히 일한 결과 희생위에서 이룬 것이다. 둘째, 높은 교육수준 때문이다. 셋째, 냉전시대 덕분에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다. 한국경제에 특별히 혜택을 주는 비정상을 미국은 많이 인내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발전에 가려져서 과소평가된 것이 한국의 민주화 발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십년동안 투쟁한 결과 한국은 민주주의를 구가할 수 있게 됐다. 김영삼 정부가 한국인에게 경멸을 받았지만 역사의 눈으로 볼 때는 그는 한국의 독재권력을 정리한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것을 자랑해도 좋다. 특히 오랫동안 박해를 받으면서 독재와 투쟁해온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한국인들이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한국인들이 이룩해낸 이러한 업적은 경제발전보다 큰 것이다. 이것은 한국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경제위기는 가까운 시간안에 극복될 것이다』

○북 노동력 활용해야

­북한의 장래는 어떻게 보나.

『흔히 북한이 곧 무너진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9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90년대의 실수 가운데 하나는 북한을 곧 무너질 것으로 보았다는 데 있다. 나는 북한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북한은 단지 공산주의 국가라기 보다는 민족주의 국가이며 규모가 작은 자립 경제국이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을 좀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한국의 새 정부는 북한과의 문제해결은 외교와 경제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남한의 임금에 비해 북한은 싼 임금에 교육이 잘되고 질이 좋은 노동력이 있다. 최근 하버드대학의 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교수는 한국통일 모델안을 제시하면서 통일비용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든다고 말했다. 남한이 가장 큰 도움을 받는 것에 북한의 노동력을 들고 있다. 이를 통해 남한 기업은 투자상환을 크게 할 수 있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 오는 8월 김정일이 주석직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미국이 그들의 위기를 해결해 줄 것으로 바라고 있다. 미국은 처음으로 남북 양쪽 사이에서 정직한 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북한의 경제력이 커질 경우 남북한은 군사대결이 아니라 경제대결을 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향후 5∼10년을 놓고볼 때 북한이 경제적으로 아주 잘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렇게 북한이 경제적 발전을 이룰 때 통일의 길이 멀어진다는 불안을 남한에 줄 수도 있겠지만 남북한은 오히려 가까워질 것이다. 북한의 발전은 남한 기업이 진출하는 계기가 되어 남한 경제에 도움을 주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의 자립경제 모델로는 큰 기대를 할 수가 없다. 경제정책을 바꿀 경우에만 북한은 남한처럼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약력

▲60년대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2년이상 체류

▲75년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동아시아 전공)

▲81년 북한 방문

▲워싱턴대 부교수(국제연구학)로 한국전쟁 프로젝트 책임자

▲87년 시카고대 역사학 교수

▲94년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교수(현)

「케임브리지 한국사(Cambridge History Of Korea,출간예정)공동편집자(현)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Vol,Ⅱ)

「전쟁과 텔레비전(War Aad Television)」

「한국의 양지(Korea’s Place In The Sun:A Modren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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