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은 또 있다”/오늘의 고통은 내일의 거름… 땀만이 나라를 살린다『국제통화기금(IMF)을 조기졸업하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
한국은 지금 「IMF터널」의 초입에 들어섰다. 앞이 깜깜한 외길이다. 다른 길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IMF터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오로지 통과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터널의 길이는 정해져 있다. 빨리 통과하려면 주행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등 남미국가는 IMF터널을 빠져나오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들은 이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며 절치부심, 제2의 번영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IMF터널 통과시간을 1∼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 「잃어버린 1∼2년」이 되도록 뼈를 깎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의 경제난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다. 총체적 국난이다. 국난극복에는 왕도가 없다. 「마법의 돌」도 없다. 오로지 「땀」만이 해결의 키를 쥐고 있을 뿐이다. 근검과 절약이 관건이다. 달러를 벌어야 달러빚을 갚을 수 있다. 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수출을 해야 한다.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MF구제금융은 우리의 업보다.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엉청난 내핍을 감내해야 한다. 연쇄부도, 대량실업, 소득 감소,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 각종 세금상승…. 여기에는 한명의 예외도 없다. 최소한 IMF구제금융기간에는 과거의 「반짝 영화」를 잊고 살아야 한다. 한국이 IMF와 주요 선진국들로부터 빌리기로 한 달러빚은 총 5백7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근 4년간(94∼97년) 경상수지적자 누계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달러빚으로 세계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다 하며 흥청망청 써댄 것이다. 「방탕의 4년」이 IMF쇼크로 이어지고 말았다.
세계는 지금 한국을 다시 보고 있다. 한국이 IMF터널을 과연 무사히 통과할 것인지, 통과한다면 언제쯤 터널을 빠져나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저력은 대단하다. 한국은 자원빈국의 황무지상태에서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압축성장」이라 명명하며 후진국개발론의 한 모델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강의 기적」은 정치적 민주주의가 결여된 채 이루어졌다. 소위 개발독재의 성과였다. 이제 우리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재도약을 동시에 실현하여 「민주적 압축성장」을 달성해야 한다. 이는 국난극복의 유일한 해법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50년만의 첫 정권교체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모든 국민적 에너지를 총동원해야 한다. 정부 기업 근로자 주부등 모든 경제주체가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뛰어야 한다. 70∼80년대 달러를 벌기 위해 중동의 사막에서 밤중에 횃불을 켜놓고 작업을 했던 그 마음자세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개방화시대의 경제전쟁에서 참담한 패배를 했다. 대외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 일보직전에서 IMF구제금융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전사자(부도기업과 실직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한 중견경제학자는 『IMF쇼크는 한국이 경제 핵폭탄을 한방 맞은 것과 같은 효과』라며 『모든 국민들이 2차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경제를 재건할 때의 그런 자세를 갖지 않으면 IMF조기졸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IMF의 1백억달러 조기지원으로 외환위기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것은 큰 착각이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와 S&P사로 부터 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간고사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무디스사와 S&P사는 한국을 최하위 수준인 정크본드(투기자산·위험자산)로 분류, 공표했다. 정크본드 분류는 「만약 한국에 자금을 투자하려거든 언제든지 원리금을 완전히 떼일 각오를 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낙제생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야말로 한국이 IMF(I am F·나는 F학점)가 되고 말았다. 무디스사와 S&P사가 앞으로 한국의 신용상태를 재평가할 때 좋은 점수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평점을 매기는가. 각종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정치지도자들의 개혁의지, 기업의 경영성과, 일반국민들의 자세 등이 모두 평가대상이다. 현실적으로 무디사와 S&P사가 좋은 평점을 내리고 민간금융기관들이 『오 케이』사인을 내릴 때야 비로소 IMF터널에서 빠져나왔다고 할 수 있다.
IMF쇼크 이후 미국 월가에서 사라진 『굿모닝 서울』을 되살려야 한다.<이백만 기자>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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