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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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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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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포효하는 무인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러했듯이 새 출발을 다짐해 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소의 해인 지난 해엔 먹은 것을 되씹는 소처럼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되씹어 호랑이처럼 재빨리 위기에 대처했더라면 나라가 거덜나지는 않았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호랑이는 우리 민속에선 곰방대를 물고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이다. 「까치와 호랑이」같은 민화에선 해학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지친 삶을 달래 주었고 민간신앙에선 불행을 부르는 사악한 잡귀를 물리쳐 주는 신성한 존재로 받들어 졌다. ◆이처럼 우리와 가까웠던 호랑이도 이젠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남한에선 동물원 아니면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전세계적으로도 6천∼7천마리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동물보호단체는 특별한 보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호랑이의 신세는 요즘의 한국과 똑같다. 한국은 한때 아시아의 네마리 호랑이중 한마리로 일컬어졌으나 이젠 고양이로 전락했다. 남의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처량한 신세가 됐다. 오히려 잡아 먹히지 않을까 호구를 피할 궁리를 해야 할 판이다. ◆올해엔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호구 앞의 고양이 신세가 됐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호구, 즉 역경을 헤쳐 온 저력 있는 민족이다. 쥐 한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호랑이처럼 경제 재건에 민족의 역량을 전부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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