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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금융감독기구의 과제/이연호(전문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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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금융감독기구의 과제/이연호(전문가진단)

입력
1997.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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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청산 청신호 불구 정부입김 작용소지 여전/감독인력 조속 양성 인사독립 완전보장해야”금융감독기구 설치법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골자는 98년 4월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하고, 99년부터는 통합금융감독원이 정식발족하여 금융 증권 보험 신용관리기금 감독업무를 총괄케 한다는 것이다. 그간 금융감독원 관할부서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으나 국내외 여론과 IMF의 권고에 밀려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6월 3일 금개위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이 발표된 후 6개월이 넘는 기간을 관계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금번 금융감독기구설치법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 미흡하나마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마련됐다. 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경제논리에 입각한 감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인사 금리 자금조달과 운용 취급상품 등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재경원의 통제를 받아왔다. 중립적이어야 할 감독업무가 정치적 고려에 좌우되고,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금융산업은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다. 금융기관이 도산하면 수많은 예금자가 타격을 받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며 기업의 연쇄부도가 초래된다. 금융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금융 자유화와 국제화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국제금융업무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기관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해져 환율과 금리위험에 대한 노출이 커지면서 금융부실이 세계 곳곳에서 현안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금융감독기구 설치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감독기구개편은 누가 감독권을 갖는가 하는 문제보다는 어떻게 감독기능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효율적인 감독이 이루어지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의 목적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금융활동이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데 있다. 관치금융의 피해를 줄이고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과 아울러 수요자 중심의 감독체계를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설치법하에서도 금융감독원이 정부소속으로 남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정부의 영향력에 의해 자율성을 잃을 소지는 다분하다. 잘못하면 초거대 기구로서 규모만 크고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는 것이다.

법적 독립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기구의 인사와 운영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법에 정해진 대로 감독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를 보장해 주고 인사의 독립성을 완전보장해야 한다.

금융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문 감독인력의 양성과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금융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취급상품이나 업무영역의 다양화 전문화 국제화가 급진전되고 있어 전문인력 없이는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는 최소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내외 금융업무에 정통한 민간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경쟁적인 보수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자격을 갖추었다면 구태여 재경원과 감독원간의 인사교류를 배제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금융·외환위기하에서는 신속한 정보수집과 대응이 요구되므로 세계적인 금융정보가 신속히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보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업적 분업주의를 채택해 금융기관별로 업무영역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3대 핵심업무는 분업주의를 유지하고 겸업화도 단일 금융기관이 모든 업무를 취급케 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나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하여 추진될 예정이다. 업무는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기관만 먼저 통합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일이다. 따라서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세계적인 겸업화 추세에 부응하고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금융감독기구 설치법이 진통을 겪고 금융실명제 백지화, 자금세탁방지법 무산을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은 따갑다. 정치권이 금융·외환위기의 실상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외국인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의 발전과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과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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