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목소리 높아출판계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고통을 겪고 있다. 판매량의 급속한 감소는 물론 책도매상이 부도로 줄줄이 쓰러지고 종이도 현금이 없으면 구하기 어렵다.
최근 한국출판연구소(이사장 김경희)가 주최한 「IMF 체제하의 출판환경 변화와 출판 관련업계 대응방안」 세미나도 이런 위기상황의 해결방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들은 뾰족한 대책보다는 현황의 심각성을 확인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IMF 시대에는 어떤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그야말로 틀림없는 것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나춘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인쇄업계는 외국에서 리스한 기계가 고환율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환율인상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주었다가 상황이 좀 나아지면 업체들이 갚아나갔으면 합니다』(박충일 대한인쇄문화협회장). 『제본업계도 출판, 인쇄와 연관돼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유원준 대한제본공업협동조합 전무). 『서점도 IMF체제 이후 매출이 35∼40%정도 줄었습니다』(김주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 『출판 전체의 자금문제가 심각합니다. 한국출판협동조합에 몰려오는 어음할인 요구액을 다 해줄 수 없는 현실입니다』(박기봉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그러나 출판계 일각에서는 자성의 소리도 높다. 한 출판사에서 낸 책이 팔리는가 싶으면 비슷한 제목이나 내용의 책을 내놓는 「모방출판」이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기 위해 자기가 낸 책을 사재기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외면을 받기 딱 알맞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저작권에 국내 출판사끼리 경합이 붙어 저작권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무는 과당경쟁도 심각한 문제다. 베스트셀러로 한탕 하면 된다는 식의 거품을 이제는 완전히 빼야 할 때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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