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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가 사정기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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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가 사정기관인가”

입력
1997.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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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문책·고발 잦은 언급에 “본말전도” 비판 높아대통령직인수위의 과잉의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수위의 본질적 기능은 각 부처 업무를 파악, 정권인수를 원활하게 돕고 새 정부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하는데 있다. 그러나 최근 인수위가 정부비리를 조사하는 사정기관으로 비쳐지고 있어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부 인수위원들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영향력있는 분과위로 옮기려고 애를 쓰는등 인수위의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제실정에 따른 문책, 일부 사업인가 과정의 비리조사,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및 비리 재조사 주장등이다. 아울러 인수위의 고위관계자가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과오나 비리가 드러나면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거듭 밝힌 점도 논란거리가 됐다.

비리사정을 방불케 하는 이런 언급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과 후유증은 예상외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가 『한국이 다시 사정과 청문회, 정치보복의 회오리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국제사회의 신인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인수위의 서슬퍼런 입장은 대외신인도 회복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했다. 기업들로부터도 『마무리단계의 거래마저 백지화할 위기에 처했다』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도 이런 우려들을 접수했다. 정책분과위 간사인 국민회의 이해찬 의원은 『외환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만큼 가장 시급한 현안은 대외신인도의 제고』라며 『인수위가 결코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의원은 『언론이 지나치게 앞서가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이 말속엔 일부 위원들의 언론에 대한 자기과시를 겨냥하는 의미도 있다. 이의원은 『정권교체라해도 계속사업이 70%, 약간의 수정보완이 15%이고 폐기사업이 5%, 신규사업이 10%에 그치는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위 고위관계자가 고발이나 처벌을 수차례 언급했고 일부 위원들이 비리조사를 연상케하는 자료를 배포했다는 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

인수위의 기능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일부 인수위원들의 「자리 챙기기」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6일 인수위의 상견례때 자민련의 한 위원이 원래 배정된 정책분과위 대신 사회·문화분과위를 고집했고 30일에는 자민련 의 또다른 위원이 비중이 높아진 정책분과위에 배속시켜달라고 요구, 이를 관철했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이들이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잘할 것이냐보다는 공동정권아래서 자기 몫을 챙기는데만 더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위원들의 「자리챙기기」는 인수위 전문위원, 실무진 구성에서도 재연될 조짐이다. 전문성이나 능력보다는 정당내부의 정치적 연줄에 의해 실무진이 발탁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이런 비판에 일단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인수위원들은 30일부터는 말을 아끼고 대외창구를 대변인으로 단일화했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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