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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부당한 인사가 동서화합의 첫 물꼬”/갈등봉합 DJ의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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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부당한 인사가 동서화합의 첫 물꼬”/갈등봉합 DJ의 숙제들

입력
1997.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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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중심 정당체제 지역 편중개발 특정기업 정경유착 등 청산해야할 ‘앙시앵 레짐’/특정지역 아닌 국민전체 위한 ‘우리들의 대통령’ 공약실천 기대『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님. 지역감정을 해결해 주십시요. 다시는 영남대통령이니 호남대통령이니 하는 부끄러운 말을 들으면 안됩니다. 영·호남은 불과 강 하나 산 하나를 둔 가까운 이웃입니다. 둘이 서로 화합해야 국력낭비를 막고 21세기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요』 영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김대중당선자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우리의 현대 정치사는 「동서분할」 「호남소외」 「특정지역 득세」로 얼룩져왔다. 초등학교 교사의 편지처럼 지역갈등으로 인한 국력손실은 말할 수 없이 크고, 또 누구나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권에서건 지역주의 문제는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학연과 지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구조가 문제시 되긴 하지만 그보다 이런 지역갈등을 역대 정권이 정치적으로 악용해 왔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그에게는 숙명적으로 지역감정, 지역주의 문제가 늘 붙어다닌다. 호남에서는 「한풀이의 해결사」로, 영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반호남 정서의 상징」으로 투영돼 왔다. 그로 인해 전국적인 득표가 필요한 대선에서는 번번이 지역주의의 망령이 그의 발목을 잡아끌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당선자는 『당선되면 호남은 손해볼 각오를 해야 한다. 전라도민보다 국민 전체로부터 칭찬받는 대통령이 되겠다. 그것이 호남에게도 좋은 일이다. 특정지역의 차별도 안되지만 특혜도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누누히 동서평등을 전제로 득표전을 펴왔고 결국 「충청권 1위」「영남권 13% 득표」라는 지지를 받았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말. 『먼저 특정지역 중심의 편파인사를 해소해야 한다. 모든 지역갈등은 인사에서 시작된 것이나 같다. 공평한 인사는 특정 지역출신 차별화를 없애게 되며 지역간 경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 이를 위해 교육과 언론이 대통령을 도와줘야 한다.학교교육에서는 지역주의가 얼마나 반사회적이고 국가에 해악을 가져오는 가를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하고, 언론에서도 지역주의를 내세우는 인사들에게 가차없는 비판을 가해 지역주의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그는 또 ▲지역기반을 허물 수 있는 1인중심 정당체계의 변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특정지역 편중개발 금지 ▲정경유착 근절을 통한 특정기업 후원금지 ▲동서화해를 조성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 등을 각론으로 김당선자에게 주문했다.

김당선자는 선거가 끝난 후 첫 일정으로 영남출신 대통령으로 광주문제의 책임자격인 전·노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그 후 비서실장은 영남출신을, 비상경제위원회 대표는 충청출신을, 정권인수위원장은 서울출신을 각각 임명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각계에 신망있는 인사로 구성되는 「올스타 내각」을 출범시키겠다』는 인사의 지역차별 철폐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김당선자의 「동서화해」를 향한 긴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지역주의 극복은 경제난 극복에 못지 않게 국민이 김당선자에게 부여한 소명이다. 김당선자는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이며, 그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개선의 의지가 가장 단호할 것이라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자 기대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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