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국 13개은 대표 참가 IMF총회 방불/“위기 1개월 연장일뿐…” 우려도 여전한국의 금융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2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잇따라 열린 국제 은행단 회의는 월스트리트 전체를 「한국무드」로 휘감았다. 이날 모임은 미국의 주요 민간은행과 투자은행(증권사)들이 참석한 상오 회의와 국제 채권은행단이 함께한 하오 회의 등 두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뉴욕 JP모건은행에서 이날 하오 개최된 국제은행단 대한 금융지원회의는 마치 국제통화기금(IMF) 총회를 방불케 했다. JP모건, 체이스 맨해튼, 씨티은행, 메릴린치 등 미국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등 8개국 주요 13개 은행의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의 직접적인 성과는 이들 은행들이 추가로 한국에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으며 그 규모를 1백억달러로 검토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큰 성과는 일단 이들 은행들이 한국의 위기가 전적으로 구조에 기인한게 아니라 단기 유동성 부족 탓도 있다고 보고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경제는 건실하고 현재의 위기는 과도한 단기부채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은 성명에서 『골드만 삭스, 레먼 브러더스, 메릴 린치, 모건 스탠리, 살로몬 스미스 바니 등 5개 투자은행들은 세계의 금융기관들이 각국 중앙은행및 재무부서와 함께 연합해 추진하고 있는 대한 지원 프로그램(증권 발행 분야)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윌리엄 맥도너우 뉴욕 FRB총재는 『오늘 모임에서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이 진전을 이룩한데 만족한다』고 밝혔다. 또한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차관도 『은행단의 회의가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두차례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대략 세가지 사항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8백억달러에 이르는 단기차관 상환만기 연장 결정이고 둘째는 한국에 대한 크레디트 라인을 더이상 끊지 않겠다는 합의이다. 셋째는 협조융자에 의한 신규자금 공급이다. 이를 위해 은행단은 30일 실무회의를 속개, 한국이 조속히 국제자본시장에 복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은 당면한 금융위기를 수습하는데 상당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차관 상환이 유예된 가운데 IMF등의 조기금융지원 결정으로 다음달 초까지 유입될 1백억달러이상의 공공자금을 보유함으로써 보다 여유있게 외환수급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국제민간자본의 유입도 재개될 것으로 보여 「국가부도」의 고비를 넘기며 금융위기에 대처한 장기플랜의 이행도 가능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위기를 1개월 연장시켜 놓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측은 이날 국제은행단의 조치와 관련, 『신용 회복이 빨리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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