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뭐 하자는 국민연금인가(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뭐 하자는 국민연금인가(사설)

입력
1997.12.31 00:00
0 0

정부가 요즘처럼 국민을 짜증나게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IMF시대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방치해 국민생활을 옥죄게 한 것도 참기 어려운 일인데 국민들의 약을 올리기라도 한 듯한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엊그제 예금이자에 대한 세율을 대폭 올려 서민들의 울분을 자아내더니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대폭 올리고 연금지급액은 크게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개선안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계획대로라면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의 생계보장수단이 아니라 노후용돈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연금보험료율은 현행 6%에서 단계적으로 12.65%까지 2배 이상 높아지는데 연금 수령액은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70%에서 오히려 40%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나마 연금수령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져 달마다 노후 용돈을 받기 위해 매달 월급에서 연금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연금수령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춘다는 것은 수명연장에 따른 고령화사회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추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직장 정년은 과거 60세 전후에서 55세 전후로 앞당겨지고 있다. 앞으로 정보화가 발전되고 국내외적인 기업의 경쟁구조가 가열될수록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정년 역시 늦춰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10년 이상 연금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이라지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연금이 시작 10년만에 이렇게 사실상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개악안을 내놓게 된 것은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먼저 국민연금 시작때 비현실적으로 낮은 보험료율을 책정하고도 연금수령액을 평균소득의 70%로 보장한다거나 수령연령을 60세로 하겠다는 엉터리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로는 2000년대 초에 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정치권과 정부에 의해 강행되었었다.

여기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사금고처럼 이용,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적절한 운용이익은 커녕 경우에 따라선 운용손실을 내고 말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내년부터 자영업자를 직장인 연금에 포함시켜 운용하겠다는 무리한 의욕도 연금운용의 파탄을 자초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국민적 저항을 부를지도 모를 국민연금개선안을 거둬들이고 다시 심사숙고해 주기 바란다. 비록 연금보험료율을 높이더라도 수령액이 선진국수준인 65%선은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보험료율 인상은 적어도 IMF체제를 벗어나는 시기를 택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은 국민연금을 이런 파탄지경으로 몰고온 정책실패의 원인과 연금공단의 낙하산인사등 방만한 운용실태를 규명해야 한다.

덧붙여 정부는 새해부터는 제발 정책을 신중하게 다뤄 국민을 화나게 하지 말아야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