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퇴폐가 진행되는 나이트 라이프/일본사회의 오물처리역을 자청한 소설『지독한 퇴폐가 진행되고 있고, 그 가운데에 풍요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균실속에서 생물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일본작가 무라카미 류(촌상룡·45)가 이번에는 『나는 무언가 오물 처리와 같은 일을 혼자서 떠맡은 듯한 기분이 든다』며 일본사회의 오물처리 역을 자청한 소설 「인 더 미소수프」(동방미디어 발행)를 발표했다.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그가 올해 요미우리(독매)신문 석간에 연재한 작품이다.
소설은 그의 말마따나 지독한 퇴폐가 진행되는 일본사회의 「나이트 라이프」를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 겐지는 원조교제(일본에서 여학생이 나이 많은 유부남과 사귀며 경제적 도움을 받는 교제를 가리키는 말)를 하고 있는 여고생을 애인으로 둔 스무살의 청년이다. 외국인에게 도쿄의 환락가를 소개해 주는 「핑크 가이드」를 하는 그에게 프랭크라는 미국인이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가이드를 부탁한다. 프랭크를 안내한 첫날 한 부랑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틀째에는 겐지가 안내해 간 술집에서 프랭크는 호스테스와 손님을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소설은 사흘 동안 프랭크에 의해 벌어지는 살육극을 그리고 있다. 프랭크의 고백에 따르면 이유는 이런 것이다. 원조교제도 경제동물 일본이 만든 상품에 불과하다, 일본의 관심은 돈과 섹스 뿐이다, 자신은 고향 일식집에서 먹어 본 미소수프(된장국)가 썩어버린 간의 피같은 색깔에 묘한 냄새를 풍기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일본에 왔다…
무라카미 류는 프랭크의 입을 빌려 자신의 나라를 썩은 된장국 같다고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은 연재 마지막 부분 프랭크가 가부키초의 술집에서 대량살육을 하고 있을 때, 마침 고베에서 실제 참혹한 토막살인사건이 일어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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