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한 소띠해 IMF로 손해만”『소띠해 정축년을 보내면서 소를 볼 낯이 없습니다』
충북 청원군 오창면 탑리의 「소 대통령」 홍충의(60·본보 1월1일자 39면 보도)씨에게 올해는 소를 키우며 지낸 한평생중 가장 힘든 해였다. 홍씨는 『「소처럼 부지런하게 살자」는 다짐을 하루도 잊지 않았는데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한우경진대회에서 30여차례 수상하고 93년에는 축산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홍씨지만 누렁이의 큰 눈망울을 마주하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사료값은 40%이상 오른 반면 소값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해 퀭한 눈의 앙상한 소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1937년 소띠해에 태어난 홍씨는 열세살때 홀어머니와 4명의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 된 뒤 소 한마리로 황무지를 옥답으로 일궈 가계를 일으켜 세웠다. 한우의 품종개량에 매진, 한우경진대회마다 빠지지 않고 입상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소 대통령」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삭풍은 소까지 굶겨야 하는 형국을 만들었다. 25㎏ 짜리 한 포대에 5천2백10원이던 사료값이 최근 환율급등에 따라 7천4백70원으로 40%이상 올랐다. 소값은 더욱 절망적이다. 지난해까지 ㎏당 7천3백원 하던 소값이 4천2백원으로 폭락했다. 키워봤자 손해만 본다.
우울한 홍씨에게 누렁이는 나흘전에 모처럼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충분히 먹이지도 못해 안쓰럽던 누렁이가 28일 암송아지 한마리를 낳았다. 어려운 때에 태어난 송아지를 돌보느라 세상살이 걱정은 뒷전이다. 홍씨는 『송아지가 어미소가 될 때쯤이면 소와 사람이 모두 살기 편한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며 간절히 기도했다.<청원=박일근 기자>청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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