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배우 캐스팅으로 가사 의미전달 실패/극적효과 반감따라 박수칠 순간 못잡아내예수는 실패했다. 미국에서 건너온 예수는 이방인이었을 뿐, 구세주는 아니었다. 현대극장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록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4∼28일 세종문화회관)를 공연한 것은 80년 이후 5번째다.
그간 외국 스태프와는 종종 작업했지만 미국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처음이다. 연출자 역시 미국인이다. 워낙 고음인 예수역에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원작에 가깝게 공연하겠다는 게 극단의 의도였다.
예수역의 챈 해리스는 전곡을 한국말로 노래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그에겐 줄리어드음대서 다듬어진 음색과 높은 음역이라는 덕목이 있었지만 발음이 불분명하고(물론 미국인치고는 무척 정확했다) 의미전달의 강세가 종종 어긋났다. 극적 효과는 당연히 반감됐다. 때문에 관객은 매번 박수칠 순간을 놓쳤다. 언어가 다른 배우의 캐스팅은 가사가 소리뿐 아니라 의미라는 점을 간과한 발상이었고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출자 크리스토퍼 마틴은 「음악적으론 원작에 가깝게, 시각적으로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하는 것」을 의도했다. 그는 무대를 비우고 조명의 집중을 통해 단순한 무대를 만들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연극적인 함의는 풍부한 편이었다. 하지만 역시 정서의 괴리가 곳곳에서 드러났는데 특히 현대군대의 복장을 한 병사들, 쇼무대의 헤롯왕 등은 다소 도식적이었다.
94년 「지저스…」에서 호주RUC(웨버의 뮤지컬극단의 호주지사) 음악팀이 전수한 완벽한 음향도 축적돼 있지 않아 안타까웠다. 원작에 가장 가까운 공연이란 결국 한국 관객에게 가장 감동적인 무대여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