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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양기 ‘권력 진공화’ 막기/YS·DJ청와대 회동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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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양기 ‘권력 진공화’ 막기/YS·DJ청와대 회동에 담긴 뜻

입력
1997.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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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권한없는 책임’에 부담 공동통치 모양새로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29일의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매주 정례 회동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 정권이양기에 있을 수 있는 권력의 「진공화」를 막고 순조로운 정권의 이양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당선자는 당선되자마자 위기국면을 맞아 경제 정책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왔다. 일단 대외지급유예(모라토리엄)는 넘겼지만 국정의 책임은 다른 분야에서도 김당선자 쪽으로 급속히 쏠리기 시작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김당선자측은 이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해 부담을 가져왔다.

현실적으로 대통령 당선자는 아무런 법적 권한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한 없이 책임만 질 경우 국정 전반에 힘의 공백을 가져와 혼란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당선자의 참모들에 의해 제기돼 왔다.

결국 김당선자로서는 취임식 때까지는 법적인 책임자인 김영삼 대통령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김당선자의 한 측근은 『경제를 제외하고는 김대통령이 변함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게 김당선자 생각』이라며 『김당선자는 2개월간 국정 파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개혁 입법을 둘러싼 국회의 진통, 노·사·정합의를 앞둔 이해집단간 갈등등 일련의 사태는 김당선자의 이같은 결정을 재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각부처·기관에서 문서를 파기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공직 사회의 동요는 이번 합의의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 결과에 따라 차기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까지 58일간은 국가를 양김이 공동 통치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 기간에 대통령과 차기대통령은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게 될 전망이다. 양측은 특히 협력 관계를 통해 공직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료사회 내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개혁을 추진하다 참담한 실패를 맛본 문민정부의 경우가 김당선자에게는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유승우 기자>

◎김 대통령,김 당선자에 관저건물 일일이 소개 친밀감 표시/2시간10분 깊은 대화… 손 여사,이 여사 포옹으로 맞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29일 청와대만찬회동은 저녁 6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2시간10분동안 계속됐다.

회동시간이 예상보다 길었고 부부동반 모임이었으나 5개항의 합의가 나오는 등 대화가 국정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됐음을 말해주었다.

신우재 청와대 대변인은 만찬이 끝난 뒤 김당선자가 구술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 『회동시간을 1시간30분쯤으로 예상했는데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미뤄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회동이 끝난뒤 김대통령은 김당선자와 관저 앞뜰을 걸어 나오며 한옥으로 된 관저의 건물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등 친밀감을 표시했고 관저정문인 「인수문」앞까지 나와 김당선자 내외를 배웅했다. 김당선자 내외는 김대통령 내외에게 홍삼을 선물, 초청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과 부인 손명순 여사는 저녁 6시27분께 관저안 뜰앞까지 나와 기다리다 곧이어 도착한 김당선자 내외를 맞았다. 김대통령은 김당선자에게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당선자는 『감사합니다』고 화답했다.

손여사는 김당선자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라고 인사하자 『감사합니다』라고 답례한 뒤 서로 가볍게 포옹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김당선자 내외는 김대통령 내외의 안내로 관저 대식당으로 향했고 관저 대식당에 마련된 원탁앞에 나란히 서서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함께 기념촬영를 한 뒤 원탁에 앉았다.

김당선자는 손여사에게 『손자가 몇명입니까』라고 가족의 안부를 물은뒤 손여사가 『열명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이름을 다 알기도 어렵겠습니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김대통령과 김당선자 내외는 적포도주로 건배를 한 뒤 한정식을 메뉴로 만찬을 시작했다.<손태규·장현규 기자>

◎합의 5개항

1)서로 긴밀히 협력해 2개월간의 국정운영이 차질 없도록 한다.

2)매주 화요일 상오9시 정례 회동을 갖는다.

3)국제통화기금(IMF) 협약을 충실히 지키고 국제적 신뢰를 강화, 이번 기회를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4)대통령직인수위의 인수작업에 정부가 적극 협력키로 하고 이를 위해 김영삼대통령이 정부에 지시한다.

5)언론에 보도되는 문서파기와 관련, 그럴리 없다고 믿으나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김영삼대통령이 강력히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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