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성능이 아무리 좋고 보급이 잘 돼도, 장병의 기강이 흐트러져 단결력이 저하되거나 사기가 떨어져 있으면, 유사시 군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교육훈련 제일주의」에 따라 육군이 내년부터 입대후 100일동안 신병 면회를 금지키로 한 것은 그런 뜻에서 당연한 조치다.군은 그 대신 100일간 훈련과 신병생활을 잘 마친 병사에게 4박5일간 위로휴가를 주기로 했다. 군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대지휘관이나 부모, 신병 당사자들도 이같은 군 방침에 찬성한 사람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산훈련소와 각 신병교육대는 사회환경 변화와 병사의 사기를 고려해 88년부터 6주간의 신병훈련이 끝날 때 가족면회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동안 실시 결과 경제적으로 가족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병사의 사기와 부대 기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 발표를 보면 면회 갈 때의 교통비와 식비 숙박비 등 직접비용이 신병 1명당 평균 45만원(합계 연간 1,000억원)이나 되고, 거기다 농번기 영농활동 중단 등 생업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 면회장에서 먹다 버린 쓰레기 처리에만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이속에서 훼손된 것은 서릿발 같아야 할 군인정신이다.
이같은 낭비는 사회의 과소비 풍조와 함께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고, 병사 개개인의 가족환경에 따른 씀씀이가 면회현장에서 그대로 노출돼 소외된 병사의 사기와 단합심을 해쳐 온 것이 사실이다.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로서는 아들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자기 자식의 기를 죽여서야 될 말이냐는 생각으로 너도 나도 온 가족이 떼를 지어 훈련소로 몰려 가 대규모 집단면회가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 일종의 의식처럼 관행화됐다.
군에 대한 사회와 가정의 이런 몰이해는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의 병역시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 바 있다. 아들이 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부모된 이들의 마음이기는 하다.
그러나 입대하는 당사자는 장정 개인이며, 그 결단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어차피 장정 개인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모나 가족은 인정해야 한다. 당사자가 혹시 편법으로 병역의무를 면하거나 입대 후라도 고생이 덜한 곳에서 군생활을 해 볼 길이 없을까 부모에게 호소하더라도, 그것은 법이전에 부모가 개입할 성질의 일도 아니며, 자식의 그런 요구를 거절했다 해서 부모노릇을 못한 것은 아니라는 자기확신을 부모들은 스스로 다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군에 입대할 장정이라면 이미 독립생활을 영위할 만한 능력이 있음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이 점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가 냉정히 새겨야 할 부분이다. 병사 개개인도 어른이 됐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강군의 첫번째 요건이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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