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될 자녀 꿋꿋한 삶 기대”『우리 아이들이 이방인 신세를 벗어나게 된 것이 가장 기뻐요. 이제야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는구나 싶습니다』
국적법 위헌제청 소송을 냈던 백미숙(33)씨는 지난 18일 정기국회에서 국적법 개정안이 채택되는 순간, 4년간의 고통스러운 투쟁이 비로소 막을 내렸다는 생각에 목이 메었다. 94년 주위의 반대와 백안시를 무릅쓰고 사랑만으로 선택한 국제결혼. 그러나 파키스탄인 남편 모하매드 나딘 이크발(31)씨는 불법체류자 신세였다. 우여곡절끝에 혼인신고는 했지만 남편은 경제생활을 전혀 할 수 없었고 아이들은 출생신고도 안되고 주민등록증도 받을 수 없는 철저한 이방인이 됐다.
95년 1월 남편이 강제로 본국송환된 상태서 혼자 첫아이를 낳았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교회목사의 소개로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을 하고있던 송광운변호사를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국적법 위헌제청 소송을 냈다. 국제결혼한 여성과 그 자녀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첫 소송이었다.
『처음엔 파키스탄으로 가서 살려고 했지만 그래서는 한국인 엄마로서 떳떳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없을것 같다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의료보험 등 경제적 문제보다는 한국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고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국적법이 개정됐지만 아직 백미숙씨 가정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이 법은 내년 7월이 돼야 효력을 발생하기때문. 그래도 백씨는 멀지않은 장래에 남편과 두딸 샤하나(3), 메므나(1)와 함께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 날을 행복하게 그리고있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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