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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판결도 헌소 대상이다/이석연 변호사·법학박사(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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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판결도 헌소 대상이다/이석연 변호사·법학박사(전문가 진단)

입력
1997.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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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결정된 법령/그대로 적용한 재판/기본권구제 길 봉쇄땐/헌법규범력 무력화 우려”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위헌으로 결정된 법령을 적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에 따르지 아니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이 판결의 대상인 양도소득세부과처분도 함께 취소하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구 소득세법상 양도차익 관련조항에 대한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을 따르지 아니하고 위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하여 재판한바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위 대법원판결을 취소한 것으로써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입법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즉 대법원 주장의 논거는 한정위헌은 위헌결정이 아닌 단순한 법률의 해석에 불과하고 법률의 해석, 적용권한은 법원의 전속적 권한이라는 점에서 재판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헌재의 보편적 지위는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따라서 헌법재판 역시 정치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일도양단적인 위헌, 합헌의 결정은 때에 따라서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해석여하에 따라서는 위헌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법률의 의미를 헌법의 정신에 맞도록 한정적으로 해석하여 그 법률을 폐지하지 않고도 위헌선언의 효과를 가져오는 한정위헌, 한정합헌 또는 헌법불합치 등의 변형결정은 헌법재판에서는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률을 될 수 있으면 합헌적인 것으로 남겨놓음으로써 입법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국민의 법률생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변형결정은 헌법재판제도를 두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특히 독일의 경우 전체 위헌사건중 변형결정이 과반수를 넘고 있다.

한정위헌결정 역시 당해 법률에 대한 다양한 해석가능성 중 헌재의 해석대로 적용하면 위헌이라는 내용의 결정으로써 어디까지나 일부위헌결정이다. 법률조항 전부에 대한 위헌결정권을 갖는 헌재가 법률조문의 일부분만을 양적으로 혹은 질적으로 한정하여 위헌선언할 수 있음은 「대는 소를 겸한다」는 논리법칙상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헌재가 이와같이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조항을 합헌 유효라고 하면서 이를 적용하여 재판한 것은 결국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한 셈이 되어 위헌결정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 하겠다.

헌재는 헌법에 관해 최종적, 유권적으로 해석하는 권한이 부여된 헌법기관이며 법원이 갖는 법령의 해석, 적용권한은 법률이 합헌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법률의 위헌여부를 가릴 때에는 당해 법률의 해석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점에서 법령의 해석, 적용권한은 오직 법원만이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아울러 헌재의 구소득세법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은 투기거래자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기 보다 이러한 정책목표는 어디까지나 조세법률주의, 포괄적 위임입법금지 등 헌법원리를 준수하면서 달성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볼 것이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그대로 적용한 재판에 대하여까지 헌법소원을 통한 기본권 구제의 길을 봉쇄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제도의 존립근거를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헌법의 규범력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번 헌재 결정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고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확보함으로써 헌법재판제도의 존립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판권과 입법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현실적,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헌재는 이와같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외에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길을 봉쇄함으로써 지나치게 법원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헌재결정을 둘러싸고 헌재와 대법원이 마치 위상다툼을 하고 있는 듯이 비치고 있음은 유감이다.

문제는 양 기관 간의 위상다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가에 두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보장이야말로 어떤 이념이나 제도에도 양보할 수 없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점에서 양 기관의 갈등도 이러한 기본권적 가치를 구현하는데서 해소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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