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값 40% 폭락·액면가미달 520종목/최악기록만 쏟아내 10년전수준 후퇴97년 주식시장이 27일 최악의 기록들만을 쏟아낸 채 한해를 마감했다.
올해 증시는 우리 경제의 자화상처럼 추락과 몰락을 거듭했다. 종합주가지수는 10년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증권사 연쇄부도라는 폭풍우가 몰아치는가 하면 IMF(국제통화기금)의 위세에 밀려 증시를 사실상 완전개방, 안방문을 완전히 열어주는 등 격변이 잇따랐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내년에는 증시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내수침체, 자금시장 경색은 물론 한계기업의 도산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최악의 기록들
상장기업들의 잇따른 도산, 경상수지적자 확대에 이어 몰아친 금융시장의 불안은 주가폭락으로 이어져 올 1월3일 653.79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277.48포인트(42.44%)가 떨어진 376.31로 마감했다. 지난 12일에는 350.68까지 폭락, 87년 4월29일 349.49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주식값의 추락은 이보다 더 처참하다. 올 연초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117조1,017억원. 장이 마감된 27일에는 이보다 46조1,129억원이 줄어든 70조9,888억원으로 급감해 올 한해동안 주식값어치가 무려 40% 감소했다. 현시점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세계 70위권 기업 하나도 사들일수 없는 초라한 규모다.
전체 957개 상장 종목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3%인 520개가 액면가 미만으로 떨어져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주가폭락으로 종합주가지수가 400대 안팎으로 떨어진 지난 11월말 현재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등 상장 금융기관의 주식평가손 규모는 11조1,000억여원에 달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증시에 나타난 기업들의 자화상은 더욱 비참하다. 20일 현재 776개 상장법인 가운데 13.9%인 108개가 법정관리 또는 화의를 신청, 증권거래소의 관리종목이 됐다. 관리종목에 편입된 종목의 숫자가 90년 1개, 91년 13개, 92년 20개, 93·94년 각 8개, 95년 5개, 96년 8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도산과 함께 증시도 사실상 법정관리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동서증권과 신세기투신 등 중견 증권사와 투신사의 부도 또는 영업정지라는 증권업계 초유의 경험은 IMF 관리체제의 위력을 실감케 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내년에는 회생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IMF장세」는 당분간 상승쪽 보다는 침체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과 통화긴축, 금융권의 자금회수 등의 부정적인 요인과 주식 및 채권시장의 완전개방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요인이 공존하고 있지만, 자금시장이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돈흐름의 왜곡은 주가약세 또는 침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내년말까지 증시가 완전개방되고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업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경우 증시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원화절하에 다른 수출증가에 힘입어 무역수지 흑자구조가 정착되고 한계기업과 생존기업의 선별과정이 마무리되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경제회생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에 한하며, 그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주가는 내년 2월말이나 3월초 바닥확인을 거친 후 개방효과가 가시화되는 2·4분기부터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 3·4분기중 최고점인 550선 안팎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증시개방 확대와 외국인들의 투자증가를 전제로 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외국기업에 의한 국내기업 사냥과 국부의 유출은 또 한 차례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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