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당선12월18일 실시된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유효표의 40.3%인 1천 32만 6천2백75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당선자는 대권도전 4번째,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번 대선은 본괘도에 오른 미디어선거에 힘입어 새로운 선거문화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집권당이 처음으로 자유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다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표의 동서현상등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이회창(이회창)한나라당후보는 9백93만5천7백18표(38.7%) 이인제(이인제)국민신당후보는 4백92만5천5백91표(19.2%)를 각각 얻었다.
◎훈할머니 가족상봉
일제에 의해군대 위안부로 캄보디아에 끌려가 이름도, 가족도, 모국어도 잊어야 했던 이남이(훈·72)할머니가 54년만에 꿈에 그리던 혈육을 찾았다.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은 6월14일 한국일보를 통해 국내에 처음 보도됐다. 이어 8월4일 본보의 초청으로 귀국한 할머니는「나눔의 집」정신대 연구회 등 민간단체와 언론의 끈질긴 사실 확인작업 끝에 8월29일 극적인 가족상봉의 감격을 맛보게됐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유전자 감식, 할머니의 전국 고향후보지 순례, 눈물겨운 혈육상봉 등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KAL기 괌추락 참사
8월6일 0시55분 남태평양의 휴양지 괌의 아가냐공항에 착륙하려던 대한항공(KAL)801편 보잉747여객기가 『something wrong(뭔가 잘못됐다)』이라는 관제사의 다급한 교신과 함께 추락, 휴가철 전국을 엄청난 충격과 비탄에 몰아넣었다. 이 사고로 가족여행객과 신혼부부들이 대부분이었던 탑승자 254명 가운데 229명이 숨졌으며 이중 102명은 끝내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참사의 원인으로 관제시설 결함, 악천후, 조종사 과실 등이 다양하게 추정됐으나 여전히 정확한 진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사고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공항 안전시설의 중요성을 재인식,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정부는 극심한 외화부족난을 견디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 12월3일 570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재벌기업의 차입에 의존한 과·오 투자, 이들의 연쇄부도에 따른 금융기관 동반부실화, 동남아 통화위기등으로 촉발된 위기를 정부가 독선과 무능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세계 11위의 한국경제가 하루아침에 IMF 관리국가로 전락했다.
IMF자금지원의 대가로 국내에서는 금융 기업등 거의 모든 분야를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해야 했고 기업연쇄도산 정리해고 물가상승의 IMF한파가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한보사태와 김현철씨 구속
1월31일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구속으로 마침내 우리 사회 전반에 내재하고 있던 정격유착 등의 총체적 비리가 곪아터지기 시작했다. 5조원에 이르는 특혜대출비리사건으로 정총회장 부자를 비롯, 여·야의 실세 정치인들과 은행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끝내 「몸통」으로 지목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전격 구속으로 이어져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의 아들 구속이라는 기록까지 남기게 됐다. 그러나 법원이 항소심 첫공판도 하기 전 현철씨를 보석으로 석방, 또다시 법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월드컵축구 본선 4연속 진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예고한 지난 가을, 그 불황속에서도 국민들은 축구대표팀의 잇단 승전보에 살맛을 찾았다. 9월6일 시작돼 11월9일 막을 내린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서 한국은 6승1무1패의 호성적으로 본선 4연속진출의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9월28일 일본원정경기서 21로 역전승리함으로써 축구대표팀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11월1일 한·일전 잠실경기는 입장권 예매 10분만에 매진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대표팀 응원단「붉은 악마」신드롬이 생겼고 국가대표선수들의 주가도 덩달아 올라가 하석주 김도훈 김대의등이 일본 J리그에 진출하는 붐으로 이어졌다.
◎전두환·노태우씨 사면
『12·12와 5·17, 5·18사건은 명백한 군사반란이며 내란이다』
4월17일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징역17년을 각각 선고함으로써 80년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던 신군부세력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최종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이같은 엄중한 역사적 경고조치는 8개월여만에 특별사면 및 복권이라는 정치적 결론으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12월22일 2년여간의 수감생활을 청산하고 석방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은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국민앞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자성의 태도를 기대한 국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대기업 연쇄부도
1월23일 재계서열 14위의 한보그룹으로 시작된 대기업 부도사태는 삼보 진로 대농 한신공영 등에 이어 재계 8위의 기아(7월15일)에 이르면서 절정을 이뤘다. 재계의 불문율이 됐던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는 계기가 됐다. 기아사태가 「법정관리」「제3자 인수」등으로 오락가락 하며 2개월가량 해결되지 못했듯 「협조융자」 「화의」 「부도유예협약」등 제각각인 부실기업 처리방법이 혼란을 부채질했다. 불안해진 금융기관들은 무차별적인 자금회수에 나서 해태 쌍방울 태일정밀 등이 추가로 쓰러졌고, IMF 구제금융직후에는 흑자부도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박찬호·선동렬 코리아 열풍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박찬호(LA 다저스)는 미국대륙에서, 선동렬(주니치 드래곤스)은 일본열도에서 싱싱한 어깨 하나로 「코리아 열풍」을 주도, 경제난국으로 어깨가 처져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그나마 어루만져주었다.
시즌초만 해도 불안한 위치에 있던 박찬호는 올해 14승8패(방어율 3.38)를 기록,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와 함께 소속팀의 최다승 투수로 올라 메이저리그의 에이스 반열에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선동렬도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올시즌을 1승1패38세이브에 무홈런으로 마감, 「국보급 투수」로서의 위용을 되찾았다.
◎‘주체사상’ 황장엽씨 망명
황장엽씨의 망명은 북한체제가 경제 차원을 넘어 사상적 붕괴단계에까지 진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일대 사건이었다.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그의 망명은「주체사상의 망명」과 동일시됐다. 황씨가 2월12일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망명을 감행한뒤 필리핀을 경유, 4월20일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사건당사국인 남북한및 중국은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황씨가 망명한뒤 밝힌 북한 동향,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세계 정보당국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황장엽 파일」에 대한 촉각도 한 예였다. 그는 15대 대선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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