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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부도… 부도로 얼룩진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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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부도… 부도로 얼룩진 한해

입력
1997.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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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기아 등 대기업만 10여곳… 중기 수천곳 도산/전국 공단 쑥대밭 “특단대책 없인 내년이 더 문제”끝없는 부도행진으로 올해는 재계 사상 최악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재계에 몰아닥친 부도태풍은 최근 재계 12위인 한라그룹까지 침몰시켰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계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말 그대로 기업의 부도로 시작해 부도로 끝나는 해로 기록될 판이다.

올 한해동안 부도를 냈거나 부도유예에 적용된 대기업은 한보에서 한라까지 10여개. 대기업들의 잇단 도산은 대마불사의 신화를 여지 없이 무너뜨리면서 국가경제전반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부도 도미노의 서막은 말많던 한보. 1월23일 재계 서열 14위 한보그룹은 한보철강의 부도로 도산했다. 대부분 수서사건과 같은 맥락의 정치적인 스캔들로 여길 뿐 부도 태풍의 전조로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보처리를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사이 4월부터 재계를 뒤흔드는 지각변동의 조짐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4월 삼미그룹이 부도를 냈고 진로그룹에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다. 5월에는 대농에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고 한신공영이 부도처리됐다. 마침내 7월 재계 7위 기아그룹에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다.

기아의 처리문제를 놓고 재정경제원과 기아 측이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동안 부도의 도미노는 가속화했다. 10월 쌍방울그룹이 화의를 신청했고 11월에는 해태와 뉴코아가 이에 가세했다. 12월들어 증권업계 처음으로 고려증권이 쓰러졌고 재계 12위 한라그룹이 형제그룹 현대마저 자금난으로 두손 든 가운데 무너졌다. 27일에는 재계 30위 진입을 앞두고 있던 청구그룹이 화의를 신청했다.

대기업들의 잇단 도산은 수백배의 파장으로 중소기업들을 덮쳤다. 기아의 경우 먼저 30개에 가까운 1차 협력업체가 부도를 냈고 1차 협력업체의 부도는 2차, 3차 협력업체로 연쇄파급 효과를 내면서 수백개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을 고사시켰다. 대기업 하나가 넘어질 때마다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전국의 공단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통계수치가 이를 잘 증명한다. 전국어음부도율은 10월이후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어음부도율은 10월 0.43%로 83년 이·장사건 당시의 최고기록(0.32%)을 가볍게 경신한데 이어 11, 12월 사상최고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부도러시는 계속된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들어 부도를 냈거나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대기업들의 금융권 여신은 30조원을 넘고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다시 대기업을 부도로 내몰고 있다. 악순환의 계속인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잇단 정책실패는 금융시장의 혼란과 대기업 연쇄부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제대로 끊지 못했다. 기아처리의 장기화는 물론 이달들어 도산한 한라그룹과 고려증권도 정책실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연쇄부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을 계기로 정부나 금융권이 기업도산을 막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연말 은행권의 자구노력 강화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는 본격화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연말께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는 최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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