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컴퓨터통신망 이용 모든강좌 안방서 수강/내년 2월 5곳 시범운영/고기정 박사가상대학 교육법 초안마련/정인성 교수‘수업모델’ 92년 국내 첫 개발/이인숙 박사수업용 홈페이지 제작 연구/이종연 박사11개 대학과 시범사업 주도/장성미 사장온라인 학습교재 개발 두각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가상대학(Cyber University)」이 내년 2월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 가상대학은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 멀리 떨어져 있는 교수와 학생이 원격수업을 하고 수강신청·학사관리·학생지도·전자도서관 이용 등 모든 학사행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현실 공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기존 대학처럼 학점부여나 졸업장 수여 등 공식적인 기능도 수행한다. 가상대학은 특히 많은 돈을 들여 캠퍼스 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고 학생들도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없이 전국 유명교수의 강좌를 안방에서 수강할 수 있어 대학교육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상대학은 대학교육 뿐아니라 직장인 주부 등을 위한 재교육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국민 교육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우선 내년 2월초 5개 내외의 시범기관을 선정,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향후 2년간 시범운영을 거친후 운영주체와 학점인정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 관련법을 제정하게 된다.
가상대학 시범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법령작업을 책임진 국회와 시범추진기관인 대학·민간기업, 교육프로그램 개발업체 등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가상대학 시범사업에는 각 분야의 여성 브레인들이 「한국형 가상대학」 개발의 산파역을 자처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국회 가상가치연구회의 고기정(34)박사. 가상대학 설립의 제도적 기반이 될 「가상교육법」 초안 마련에 여념이 없다.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박사는 『가상교육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가상교육법은 교육기관, 피교육자 등 모든 교육 관련자들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나눠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박사는 『가상대학은 장애인을 위한 삶의 질 향상 교육에 가장 적합한 형태』라며 『가상교육법에 장애정도에 따라 어떻게 교육을 시켜 어떤 사회활동을 하게 할 것인지 장기적 계획을 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박사는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가상교육이 왜 필요한지 깊이 따져본 뒤 한국적인 교육모델을 찾아야 21세기 교육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관련 이해집단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미국처럼 온라인 공청회를 시도해보는 것도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방송대학교 방송통신교육연구소 정인성(38) 부교수는 가상교육의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브레인. 92년 국내 처음으로 컴퓨터통신과 원격교육을 접합한 「가상수업」 모델을 선보였던 정교수는 최근 교육부의 「가상대학 도입운영방안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가상대학의 활성화에 견인차가 되고 있다.
정교수는 『유명교수들의 인기과목을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다고 가상대학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며 『가상대학의 국내 정착을 앞당기려면 무엇보다 학생과 교수가 사이버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의사교환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또 『가상대학은 정보통신의 본고장인 미국조차 실현하지 못한 제도』라며 『정부는 2년간 시범운영기간을 통해 「운영주체」나 「학점인정여부」 등 현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교육시스템 등 가상대학관련 핵심기술 개발 분야의 여성으로는 동부화재 인력개발원 이인숙(40)박사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교수체계공학을 전공한 이박사는 『가상강의에서는 교수의 역할도 달라진다』며 『인터넷 등 통신이 갖는 양방향성 때문에 수강생들이 보내는 질문에 곧장 답하지 않으면 교수를 불신하게 돼 학교강의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이박사는 또 대학의 강의실격인 가상대학 「수업용 홈페이지」의 제작기법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박사는 『일반 인터넷 사이트는 최대한 화려하고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업용 홈페이지는 정해진 학습목표를 짧은 시간안에 성취하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SDS 멀티캠퍼스의 이종연(36)박사는 민간기업을 대표하는 핵심학자. 삼성SDS는 성균관대, 고려대 등 전국 11개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부 가상대학 시범사업을 이끌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을 전공해 박사가 된 이씨는 『가상대학 성공의 기술적 관건은 학사일정, 교육매체, 기반시설 등에 대한 관리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하느냐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이박사는 또 『사이버 공간에 세워질 가상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실제 캠퍼스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무엇인가를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학교, 기업이 물적, 인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른웨어시스템 장성미(30)사장은 가상대학 온라인 학습교재 개발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사장은 『내년 교육시장 개방과 함께 가상대학 분야에서도 선진국의 국내 진출이 거세질 것』이라며 『외국의 사이버대학과 경쟁하려면 교육이나 법률, 의학 등 특화과목을 집중 교육하는 「사이버 특성화대학」 방식을 도입, 대학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사장은 특히 『최근 기업들이 가상대학 사업에 잇달아 참여, 동일한 기술을 이중 개발하는 등 중복투자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가상대학 관련기술을 조속히 표준화해 기업의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승용·홍덕기 기자>박승용·홍덕기>
◎외국의 가상대학은…/미 피닉스대 1,700여명 등록 ‘성공 모델’/핀란드 헬싱키공대등 유럽서도 활발
인터넷 가상대학은 성별과 나이,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평생교육기관」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교육공간」이어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각광받고 있다.
사이버 대학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의 피닉스대 온라인 캠퍼스가 꼽힌다. 이 대학은 89년 산업현장의 기술변화에 대처하기위해 가상대학을 세웠다. 이곳에는 현재 다른나라 수강생까지 포함, 1,700여명이 등록했다.
지원에서부터 수강신청, 강의, 시험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입학은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매주 5번 이상 캠퍼스에 접속해야 하고 평균학점이 2.0(대학원 3.0)을 넘지 못하면 학사경고를 받는다. 수업료는 학점당 350∼450달러. 캘리포니아주립대, 카네기멜론대, 워싱턴주립대도 최근 포브스지가 발표한 모범적인 사이버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에 포함됐다.
이밖에 콜로라도, 오리건 등 상대적으로 대학이 적은 서부 13개 주지사모임인 서부주지사위원회(WGA)가 완벽한 형태의 온라인 과정으로 순수한 가상대학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처럼 활발하지는 않지만 유럽 국가들도 다양한 형태의 가상대학을 시도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공대는 올 가을학기부터 「산업경영대학원」을 가상대학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로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석·박사학위 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 학교는 특히 가상현실 등 첨단 공학기술을 활용해 기업 리엔지니어링 등을 직접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또 인터넷을 이용해 핀란드내 교육·연구기관은 물론 하버드, 런던비즈니스스쿨, 도쿄대 등 세계 주요대학 연구소와도 연결돼 있다.
이밖에 영국의 개방대학, 캐나다의 뷰브룬스윅 전문대, 노르웨이 NKI대도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을 이용한 가상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박승용기자 dragon@korealink.co.kr>박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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