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극복 애국심 일깨우는 광고 부쩍늘어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어려워진 경제난을 반영하는 이색광고들이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주권을 국제금융기구의 손아귀에 송두리째 뺏긴 치욕을 이겨보려는듯 애국을 강조하는 상업광고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 다시 한번 일어서자는 식으로 자신감을 심어보려는 캠페인성 광고도 몇가지 등장했다.
삼애실업의 디노가루치는 최근 광고에서 「불원복」이라고 새겨진 태극기와 「치욕적인 IMF체제디노가루치가 수출로 싸우고 있습니다」는 카피를 제시했다. 독립기념관에 있는 불원복기는 국권을 일본에 빼앗긴 1906년 한 의병장이 「머지많아 국권을 반드시 회복한다」는 굳은 각오로 태극기에 불원복이라는 글을 써넣어 만들었다.
「정신대편」「이순신 장군편」 등 애국을 주제로 한 일련의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는 프로스펙스는 기회를 놓칠세라 「국산품 애용」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제작해 선보였다.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가 월드컵 대표선수들이 나이키를 신고 뛰는 모습을 보고 아쉬워 하며 한국제품 프로스펙스를 신고 뛰었으면 국민이 더 기뻐했을 텐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케트 건전지도 최근 광고에서 「내 삐삐에서 달러가 나간다?」는 헤드 카피를 내세우면서 아직도 삐삐 속에서 비싼 수입건전지가 나오지는 않느냐,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주장한다. 결론은 「당당한 한국건전지 로케트」다. 가죽 가방을 만드는 쌈지의 광고도 비슷하다. 고가 외제품이 시장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며 국산품 소비로 달러 해외유출을 막자고 호소한다.
「기죽지 말자」는 메시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광고는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컴퓨터 유통업체인 컴마을이 이용했다. 현대해상보험은 이달 15일부터 광화문 사옥에 「강」이라는 글자 한 자를 크게 새긴 옥외광고를 내걸었다. 따라 붙은 말은 「한국인은 강하다」. 이 회사는 수년동안 연말연시 한 달 동안 대형옥외광고를 걸어왔지만 언제나 평범한 「근하신년」 메시지만을 담다가 올해 처음 사회성을 가미한 광고를 내보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컴마을은 최근 바겐세일광고에서 태극문양을 두른 갓 사진을 내놓고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구호성 카피를 제시했다.
시류에 잘 들어맞는 이런 광고들의 효과는 어떨까. 답은 우리나라처럼 IMF 한파를 맞고 있는 태국을 들여다보면 나온다. 태국의 패롯비누는 IMF 구제금융을 받은 올해 9월부터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광고 한 편으로 대단한 매출성과를 올렸다. 한 태국가정에 외국인이 들어와 『일어나』『앉아』『왼쪽으로』『오른쪽으로』를 지시하고 순진한 모습의 태국인은 시키는대로 따라한다. 그 외국인이 『샤워시간』이라며 외제비누를 갖다 주자 이제까지 고분고분하던 태국 젊은이가 외제비누를 던져버리고 패롯비누를 집어든다는 내용이다. 패롯비누는 이 광고가 나간 뒤 시장점유율이 13%에서 50%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광고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시류에 맞춘 광고 전략이라지만 대표적인 과소비·환경파괴 상품인 모피를 이런 수법으로 많이 팔아보겠다거나 경쟁을 통해 월드컵 후원권을 따낸 회사를 외제라는 이유로 나쁘다고 몰아부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