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는 문제가 끝내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93년 한국과 프랑스 양국 대통령간에 합의된 사항이 4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가사의하다.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외규장각은 「반환」이 아니라 「교환」이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반환(영구대여)하는 대가로 한국은 그에 상응하는 고문서들을 프랑스에 주기로 했다.
이에따라 한국측에서는 외규장각 도서와 바꿀 고문서들의 목록을 짜서 제시했는데 프랑스측은 『교환할 만한 가치가 안된다』고 퇴짜를 놓았다. 그래서 한동안 도서교환 협상이 중단되었다가 한국이 수정목록을 다시 작성·제시했으나 또 거부당하는등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이것이 아무 진전없이 흘러가버린 지난 4년의 경과며 현주소이다.
도서반환이 안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프랑스측에 적극적인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줄 생각만 있으면 그처럼 고자세로 일관할 까닭이 없다. 그렇다고 한국정부에는 책임이 없나.
정부관계자들은 나름대로 변명을 대고 있다. 그것은 프랑스 정부가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내용이다. 『도서반환에 대한 정치적 의지는 변함없다고 한다. 실무작업자들이 말을 안들어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도서반환 협상의 기류를 관찰해 보면 프랑스측은 물론이고 한국측에서도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은 프랑스가 교환도서목록이 미흡하다며 거절하자 무려 2년 가까이 협상창구를 닫아놓고 「놔둬버려」하는 식으로 돌아앉기까지 했다.
외환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고 안이하게 대응했던 한국정부 당국자들의 아집과 타성이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외환부족위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국정담당자가 고문서따위야 안중에 들어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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