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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의 만개(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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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의 만개(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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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지고 새로 꽃은 피고 그러면서 꽃들은 만개하고 그러고 나면 봄날은 간다.1김은 물러가고 새로 1김이 또다른 1김을 데리고 등장하고 그리하여 3김은 만발하고 그 뒤 3김시대는 지나갈 것이다.

제15대 대통령 선거는 「3김교체」와 「정권교체」와 「세대교체」라는 3교체의 교전이었다. 결과는 정권교체의 승리로 끝났다. 그것은 「3김교체」 대신 「3김끼리의 교체」를 의미한다. 결국은 3김의 승리다.

3김청산은 대다수 국민들의 숙원인 것처럼 보였다. 3김청산의 대의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투표함을 열어보니 3김의 개가다. 국민들 스스로도 어리둥절해 질 수밖에 없다.

12·18 선거결과는 1김의 당선이지 어째서 3김의 승리요 개가냐고 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1김으로서는 쓰디쓴 패배지 어째서 당선자와 함께 부를 만세냐고 할 것이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대통령 당선에는 공로자가 당내보다 당외에 더 많다. 자력보다는 타력의 힘이 더 컸다. 그 타력 중에 큰 힘이었던 것은 3김의 하나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 표가 당락을 완전히 결판지었다. 지역성의 고질적인 병폐는 별개로 하고 DJP연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DJ의 승리는 곧 JP의 승리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유공자는 본의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보면 김영삼대통령이다. 김대통령의 무표정은 여당을 무력화시켰다. 김대중후보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유보를 묵인한 것은 김후보에게 활로를 터주었을 뿐 아니라 그 의혹 때문에 한때 주춤거렸던 DJP 연대를 성사시켜 주었다. 이인제후보의 경선불복과 신당 창당을 방관한 것은 김당선자에게 천군만마를 지원한 결과를 낳았다. 선거 결과 이인제후보가 강세였던 경남지역에서도 특히 김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에서 유독 이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김대통령의 역할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김대통령이 김대중후보의 당선에 절대적으로 공헌한 것은 그의 실정의 총점이자 종점인 국제통화기금(IMF)사태다. 막판에 정권교체의 상을 차려서 바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고 보면 김대중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3김 공조의 결과요 합작품이다. 김대통령이나 김종필총재나 어느 한쪽 김씨의 조력만 빠졌어도 김후보의 득승은 불가능했다. 실로 3김의 합세는 절기(절기)했다.

우리 현대 정치사에 있어서의 기구한 3김사 30년은 지금이 절정이다. 적이자 동지의 관계로 이어져 온 3김의 애증은 대합창이 되었다.

이제 3김은 그들이 그렇게도 경쟁하던 최고 권력앞에 앞으로 나란히 한줄로 섰다. 장관의 정렬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고 약속대로라면 김종필 총재가 총리가 되었다가 이어서 내각책임제하의 총리가 된다. 권력의 3김승계다. 3김체제의 황금분할이다. 결국 3김은 모두 이겼다. 인위적으로는 어떻게도 3김의 위력을 거역하지 못했다. 3김의 생매장은 불가능했다. 역사의 승복이다.

그 승복은 그러나 역사의 패배도 아니요 양보도 아니다. 그것은 역사의 소명이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길게 보면 정경유착 등 3김정치로 표상되는 갖가지 적폐의 침전물 때문이다. 그것을 김영삼 대통령이 치명적으로 악화시켰을 뿐이다. 3김의 공동책임이 아니랄 것도 없다. IMF난국에서의 탈출은 경제적인 구조 조정만으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개조로 이어져야 하고 그러자면 3김시대의 유물부터 청산되어야 한다.

김대중 새 대통령의 당선은 바로 3김의 자기청산을 국민이 명령한 것이다. 3김밖에는 3김시대를 청소할 사람이 없다. 남의 힘으로 도저히 쓸어내어지지 않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쓸어내기를 바라는 수 뿐이다.

나라의 곳간을 텅 비워 넘긴 것도 3김의 하나요 그것을 이어받는 것도 3김들이다. 3김의 숙명이자 업보같은 것이다. 3김이 얼마만큼 나라를 망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으면 이번에는 3김이 얼마만큼 나라를 살릴 수 있는가를 보여줄 차례다. 3김으로서는 총퇴장에 앞서 명예 회복할 좋은 기회요 마지막 기회다. 선거는 김대중 새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그 기회를 준 것이다. 국민들은 김대중 새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헌정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정권교체가 안된 것은 김영삼 정권같은 극악적인 실정의 정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성공하면 그것은 정권교체를 시켜 준 김영삼대통령의 최대의 업적이 될 것이다. 3김의 역학에 움직여 온 나라가 구국되면 그것은 곧 3김의 만세삼창이 될 것이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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