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 족벌경영 정부서 방치해 국가파산 불러”프랑스 유력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25일자 최근호에서 한국 금융위기의 주원인은 30대 재벌에 있으며, 재벌의 독선적 족벌경영을 방치한 정부가 결국 나라를 파산으로 몰고 갔다고 분석했다.
옵세르바퇴르는 이에따라 차기 김대중 정부의 재벌정책이 크게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요약.
『현정부는 불과 며칠만에 국민총생산의 절반이상을 잃어 폐허가 된 집의 열쇠를 새 대통령에게 넘겨주게 됐다. 한 외교관은 한마디로 「30대 재벌에 책임이 있으며, 소수 특권층의 부가 나라전체의 부라고 믿게 한 개발 구조의 파산」이라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재벌의 과도한 부채를 우려해왔다. 재벌의 성장을 향한 질주는 점차 격렬하고 광란적이 되었다. 95년 삼성이 2000년까지 매출액을 2배로 늘리기로 목표를 세운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우수한 노동력과 잘 훈련된 기술자, 진취적인 영업담당자 등 많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왜 재벌이 붕괴했는가. 답은 간단하다. 잘못된 경영탓이다. 재벌기업들은 과거의 권위적 문화를 지닌 채 다국적기업이라기보다는 한 종파처럼 행세해왔다.
재벌기업 회장들은 유리와 강철로 지어진 건물과 경호원, 세계를 전망하는 보좌관들에게 싸여 황제처럼 살고 있다. 이들에게 비난이나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다. 재벌들은 족벌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증권시장을 통한 자산증식보다는 위험한 은행대출에 의존한다. 투자결정도 경제원칙보다 창업주나 그룹상속자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다. 삼성이 이미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기계에 관심이 많고 페라리 수집가인 총수의 고집 때문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한국에서 100억달러가 어떻게 창문으로 버려지는가를 보여준다.
막강한 청와대도 한보사태에서 나타났듯 재벌과 정치권의 유착관계 등 군사독재 시대의 부패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탓에 재벌의 독선을 방치했다. 재벌들은 정계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국가의 저축을 흡수하고 은행들의 돈을 끌어 쓸 수 있었다. 재벌들은 파라오와 같은 그들의 야망과 세계 정복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라를 파산으로 몰고 갔다. 오랫동안 이 타락한 구조의 희생자였던 새 대통령은 위험이 뒤따르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안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길고 험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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