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간염/간경변·간암 ‘초기경보’

알림

간염/간경변·간암 ‘초기경보’

입력
1997.12.27 00:00
0 0

◎10명에 1명꼴로 바이러스 보유 ‘부끄러운 세계 1위’/만성 B형환자의 15%·3%가 간경변·간암 진행/알파인터페론,일부 치료효과 불구 아직 완전치 못해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96년도 사망률 통계를 보면 40∼50세 남성의 사망원인 1위는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 등을 포함한 간질환이다. 특히 간암 사망률은 세계 1위이며, 40∼60세 중장년층의 간암발생률도 인구 10만명당 74.8명으로 세계 최고여서 「간암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간암 환자가 많은 것은 10명당 1명꼴로 역시 세계 최고수준인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때문이다. 보균자는 틀린 표현이다. 만성 B형간염 환자의 15%는 5년내 간경변으로, 3%정도는 간암으로 진행한다.

간염=간에 염증을 일으킨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A형, B형, C형, D형, E형과 G형 등이 있다. 만성간염은 간의 염증과 괴사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가벼우면 증상이 없고 서서히 진행하지만 심하면 반흔과 결절을 만들고 결국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한다. 우리나라의 만성간염 빈도는 B형이 66∼70%, C형이 10∼20%로 압도적이다. 간암의 주요 원인도 B형 및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알려져 있다.

B형간염=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성간염과 만성간염을 일으키고, 더 진행하면 간경변 및 간암으로 악화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50∼70%정도는 황달이나 특별한 증상없이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급성 B형간염은 다른 간염보다 증상이 심하고, 드물지만 치명적인 전격성 간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국내 급성간염의 60%이상이 B형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전국민의 7%인 400만명, 환자는 50만명으로 추정된다.

B형간염은 에이즈보다 더 감염성이 높다. 주로 감염된 혈액과 정액, 모유, 질분비물, 눈물, 타액 등의 체액을 통해 전파되나, 30∼40% 정도는 전파경로가 불명확하다. 간염이 생기면 식욕부진, 구토, 발열, 피로, 전신쇠약감,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B형간염에 걸린 성인의 90%정도는 수개월내에 회복된다. 몸안에서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면역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B형간염 표면 항체가 생겨 다시는 B형간염에 걸리지 않는다.

만성간염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환자의 연령에 따라 다르다. 감염시기가 생후 1년미만인 신생아는 70∼90%, 5세 이하 어린이는 25∼50%, 성인은 5∼10%정도가 6개월 이후까지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는 보유자가 된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바이러스가 혈액내에 6개월 이상 존속하는 것을 말하며, 간기능이 정상이면 「건강한 바이러스 보유자」라고 한다. 때로는 자연적으로 바이러스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속된다.

보유자는 매년 초음파검사와 태아단백검사를 받고, 약물복용시 간독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음주를 피하고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 장기 등을 다른 사람에게 기증해서는 안된다.

만성간염 환자의 조치=6개월 이상 바이러스가 존속하면서 간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 만성간염에 걸렸다고 한다. 이는 바이러스가 간세포에 감염돼 있고 간세포 손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상받은 세포에 흉터가 있는 조직이 생기면 간경변이라고 부른다. 이 단계에서는 간이 굳어지고 위·소장 등 소화관에서 영양분을 운반하는 혈류에 장애가 생겨 피를 토하거나 흑색변이 나온다. 간세포 손상이 계속되면 복수가 차고 의식장애 등 간뇌증후군을 일으킨다. 만성간염 환자는 적어도 3∼4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간기능검사와 간암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사의 치료를 받거나 성접촉시엔 상대방에게 B형간염이 있음을 알리고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B형간염의 예방=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 있어 3회 접종하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항체가 없는 신생아, 유아, 소아 등은 접종이 필수적이다.

성인들은 가족 중 환자나 보유자가 있거나 항원·항체가 없으면 접종해야 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기 중 90%이상은 분만시 감염되므로 임신부는 반드시 면역여부를 검사한 후 신생아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의료종사자,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된 사람, 감염자의 동거인, 77년 이전에 수혈받은 사람, 마약중독자, 혈우병 환자 등은 감염 위험성이 높으므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시 주의해야 한다. 면도기나 칫솔을 함께 사용해서는 안되며, 체액이 나오는 상처는 반창고로 단단히 덮어야 한다. 귀뚫기, 문신 및 주사 등은 소독된 바늘을 이용한다.

그러나 악수, 뺨이나 마른 입술에의 입맞춤, 바이러스 보유자가 조리한 음식물 섭취, 감염자의 문병, 수세식 좌변기에 앉기, 환자의 재채기나 기침 등으로는 B형간염이 전파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식기를 닦은 후 물로 씻어내면 바이러스는 소독된다. 감염여부를 확인하려면 혈액을 채취,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항체 및 간기능검사를 한다.

C형간염=혈액과 피부를 통해 전파되고 50∼85%정도는 만성화한다. 건강한 사람 중 1%정도가 바이러스 보유자로 보고돼 있다. B형간염 등은 바이러스 감염 후 항체가 생기면 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C형은 돌연변이가 빨리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겼더라도 면역이 됐다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예방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파경로는 B형과 유사하다. 혈액에 노출되거나 성접촉, 모자감염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만성 C형간염은 10∼40년동안 서서히 진행한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급성 C형간염이 만성간염으로 진행하는 데는 평균 10년, 간경변은 20년, 간암은 29년이 걸렸다고 한다.

만성간염의 치료=목적은 물론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고, 간에서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있다. 그러나 최종 목적은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아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후생성 등이 간기능 호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한 치료제는 알파 인터페론이 유일하다. 그러나 일부 치료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다.

만성 B형간염의 경우 인터페론으로 4∼6개월간 치료하면 환자의 25∼40%에서 바이러스의 감소, 간기능 호전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치료대상은 혈청효소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있고 바이러스 증식이 왕성한 경우, 활동성 간염이나 합병증이 없는 간질환 등이다. B형간염 항원의 일부로 만든 백신 등 분자생물학적 치료법도 개발중이다.

만성 C형간염은 알파 인터페론으로 6∼12개월 치료할 경우 10∼25%는 바이러스감소, 간기능 호전 등의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료대상은 B형과 비슷하다. 부신피질 호르몬, 감마 인터페론 등을 이용한 치료도 시도됐으나 효과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알파 인터페론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만성간염 환자는 유병기간이 짧고 젊은 사람, 바이러스의 농도가 낮은 경우, 간경변이나 섬유화가 적은 경우 등이다. 그러나 용량이 많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발열, 근육과 관절통, 혈소판 과 백혈구 감소, 체중감소, 탈모, 불안, 우울, 자살 기도, 자가면역질환, 신부전 및 심부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선희식 가톨릭대의대교수·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간염퇴치 의사모임/전문의 22명 효과적 치료법 공동모색

간염 간암 등 간질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의사들이 최근 「간염퇴치를 위한 의사들의 모임」(대표 선희식 가톨릭대의대교수)을 결성했다. 모임에는 가톨릭대의대 이창돈 정규원 박영민 이영석, 경희대의대 이정일, 고려대 의대 이창홍, 연세대의대 문영명 전재윤 한광협, 울산대의대 서동진 이영상, 전북대의대 안득수, 중앙대의대 유병철, 충남대의대 이헌영, 한림대의대 유재영, 한양대의대 기춘석 이동후 교수 등 전국 대학병원의 간장병 전문의 2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대기환자가 많아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상담에 충실히 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 앞으로 공개강연회, 상담전용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개설, 간질환관련 책자발간 등을 통해 간장병 환자 및 가족들과의 접촉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간질환 관련정보 제공 ▲간질환자의 사회적 권리옹호 ▲진단 및 치료지침 개발 등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선교수는 『같이 식사만 해도 B형간염이 전염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환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간염에 대한 올바른 의학지식을 전달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공동 모색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고 말했다.<고재학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