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들 “점포 200개면 충분”국제통화기금(IMF)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고통인 「정리해고」의 태풍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금융기관 인수합병시 정리해고를 인정키로 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함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대량정리해고가 가능해지게 됐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조속한 금융기관구조조정을 요구해온 IMF의 입장을 수용, 외국은행의 국내부실은행 인수합병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현재 국내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씨티은행 홍콩은행등 외국금융기관들은 많게는 500개씩의 지점을 가진 현재 국내은행들의 규모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국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국내은행들과 경쟁한다 하더라도 지점수는 최대 200개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외국금융기관들의 평가』라고 말했다. M&A성사시의 대규모 감원은 외국기업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달초 합병을 선언한 스위스 유니언뱅크(UBS)와 스위스은행(SBC)은 전지점의 40%를 폐쇄하고 5만5,000명의 직원중 1만3,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국은행들의 M&A가시권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일·서울은행의 점포수는 각각 414개, 360개에 인원수는 8,043명, 7,570명에 이른다. M&A가 현실화하면 현재 자구계획아래 추진중인 감원과는 비교가 안되는 실업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 박사는 『정리해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은행들도 금융시장이 완전개방되는 IMF체제하에서 현재의 영업기반으로는 도저히 경쟁력을 갖출수 없다고 판단되면 M&A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간에도 ▲전문분야에 특화한 은행끼리의 업무보완적 M&A ▲비슷한 성격을 지닌 은행끼리의 자산 및 점포재구성을 위한 M&A ▲규모의 경제확보를 위한 후발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의 M&A도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기존 점포망과 인력을 갖춘 은행끼리 합병은 더욱 대규모의 인원감축과 점포폐쇄를 불러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정리해고 인정방침이 알려지자 금융노련은 26일 긴급회의를 갖고 철야농성에 들어갈 것을 결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벼랑끝에 몰린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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