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를 면한 대가로 우리 경제는 완전개방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국가부도라는 벼랑끝에서 떠안게 된 결과라는 점에 충격은 크지만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도 없다.이제 우리에게 과제가 있다면 시장의 전면개방을 하루라도 빨리 우리 경제의 긍정적 발전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키는 일이다. 다시 돌아설 수 없는 개방시대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나 막연한 불안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개방을 새로운 도약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경제마인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도를 피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한 꺼풀의 보호막도 없이 벗어던진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은 참으로 험난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인수·합병(M&A)과 채권시장을 노린 외국 투기자금의 상륙이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국부(국부)의 유출과 기업경영권의 상실을 도외시할 수 없다.
사실 한국은 외국자본들에 군침 흘릴 만한 사냥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약 117조원에서 지금은 약 66조원으로 반값으로 폭락했다. 달러로 계산하면 지난해말 약 1,400억달러(달러당 800원)에서 약 440억달러(달러당 1,500원)로 고작 3분의 1수준의 헐 값에 불과하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속된 표현처럼 해외자본의 우리 기업에 대한 사냥이 수월해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국공채를 비롯한 각종 채권시장도 전면개방돼 이제 연 1조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제투기자금(핫 머니)들도 한국시장을 맘껏 넘나들 수 있게 된다. M&A와 채권시장의 전면개방은 국내 자본시장이 미국 월가의 영향권에 바로 들어가게 되었음을 뜻한다. 거대자본과 첨단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큰손들의 내습은 두려운 일이다. 다가올 불안에만 생각이 미치다 보면 우리의 자세가 배타적이고 비타협적으로 흘러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는 정작 우리 경제가 개방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외국 자본의 노리개로 전락할 지 모른다. 폐쇄적인 태도가 자칫 갈등으로 표출된다면 그나마 지금까지 힘겹게 벌여 온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 노력과 성과마저 수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 시급한 것은 외국자본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시장을 찾아주는 일이다. 금융기관이든 기업이든 외국자본이 우리 시장에서 M&A에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심을 버리지 못한 채 관망하는 외국의 큰손들이 한국시장을 찾게 된다. 이들이 무더기로 한국시장에 몰려올 때 우리는 외환위기를 벗어나고 추락한 신용도도 오를 것이다. IMF체제가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각성해야 한다.
이 위기를 합리적으로 넘기면 우리는 아시아에서 어느 나라보다 먼저 진정한 선진 경제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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