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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6년째/서울 중부소방서 김종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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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6년째/서울 중부소방서 김종술씨

입력
1997.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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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산타」 119대원/밤샘근무 지친몸으로 사랑실천/천막손질·목욕·물긷기/「나눔의집」 30여명 돌봐/자주 박봉까지 털기도성탄절인 25일 상오 9시. 눈 한차례 붙이지 못한채 꼬박 24시간 근무를 끝낸 서울 중부소방서 무학파출소의 119대원 김종술(35) 소방교는 여느때처럼 서둘러 「가족」을 만나러 달려갔다. 그의 가족은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 왕숙천변 무허가천막촌의 「나눔의 집」(원장 박창진·40)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장애인 30여명이다.

김씨는 나눔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망치를 들고 지붕으로 올라가 비닐덮개 등을 손보면서 한나절을 보냈다. 『장애인들을 돕는다기보다 그저 말벗이나 되자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6년이 지났습니다』 뇌성마비 등 중증으로 다른사람의 도움없이는 밥조차 떠먹을 수 없는 나눔의 집 장애인들과 김씨가 인연을 맺은 것은 91년 봄. 소방관이 되기전 한동안 방황할때도 틈틈이 사회복지시설을 찾았던 김씨는 우연히 나눔의 집에 들렀다가 주저없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눌러앉았다.

이곳에서 김씨가 하는 일은 참으로 많다. 천막을 손질하고 전기배선을 점검하고 장애인들을 목욕시키고 인근 교회에 가 먹을 물을 길어오고…. 게다가 자주 박봉까지 털어 돕고 있다. 『제 일터가 하루 근무하고 하루는 쉬는 곳이어서 비번날 경기 구리시에 있는 집에 가기전 이곳에 들러 한나절을 보냅니다. 큰 보탬도 못되는 허드렛일이지만 그래도 제게는 더없이 귀중한 일입니다』

김씨를 아들로, 혹은 삼촌으로 여기는 나눔의 집 가족들은 간혹 김씨가 발길을 거르기라도 하면 이만저만 걱정하는게 아니다. 중풍과 치매로 자식에게 조차 버림받은 신(67)할머니는 이날도 땀에 흠뻑 젖어 지붕에서 내려온 김씨에게 다가가 『우리 아들이 안 보이면 얼마나 걱정되는데』라며 등을 쓰다듬었다.

자신도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는 나눔의 집 원장 박씨는 『김소방관은 말뿐이 아니라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훌륭한 분』이라며 『우리를 돌보느라 아직 결혼도 못한 것이 아닌가 싶어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눔의 집 가족들은 매년 6월말이면 하천이 범람해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간다』며 『지난해는 강원 철원군의 빈 우사를 빌려 임시거처를 마련했는데 주민들이 「동네를 망친다」고 신고해 쫓겨났다』고 씁쓸해 했다. 김씨에게 요즘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남양주시청에서 개발제한구역내 무허가건물이라는 이유로 나눔의 집을 철거하려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천막촌에서 나마 이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당국이 선처해 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이동국·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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