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캉드쉬」란 말이 무슨 뜻 입니까』 『사람 이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입니다』 『그렇다면 IMF는 무엇입니까』얼마전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온 독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이 남자 독자는 『언론이나 주변에서 최근 많이 듣는 말인데, 그 내용을 잘 몰라 전화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IMF는 1년에 한번 100개국이 넘는 회원국 대표들이 모여 총회를 열고, 여기에 우리 경제부총리가 참석해 연설을 하는 국제기구라는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 IMF가 이제는 우리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어디 IMF뿐 인가. 환율, 외환보유고, 핫머니, 국제결제은행(BIS), 인수·합병(M&A) 등 무수히 많다. 우리와는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이같은 단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다가와 우리의 행동 뿐 아니라 의식까지 제한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IMF시대」가 되어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우리는 「세계화」하고 말았다.
또 다른 독자는 답답한 마음으로 전화한다며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국민 기업 정부가 정말로 합심해 이 난국을 극복해야죠. 진정한 세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만 대답했을 뿐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를 위해 참으로 비싼 수업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철저히 배워야 한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영국의 경험을 중요시하자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스티븐 브라운 주한영국대사는 얼마전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기득권층의 반대에도 불구,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과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청문회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처벌하자기 보다는 다시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확실히 짚고 지나가자는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결국 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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