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지원” DJ 피말리는 130시간/20일외환보유고 충격 보고에 잠설쳐/22일립튼 재무차관 면담 등 팔걷어부쳐/23일“IMF 적극적” 보고 결정적 분기점/24일‘지원결정’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국가파산의 검은 그림자를 겨우 걷어낸 국제통화기금(IMF)의 100억달러 조기지원결정의 언저리에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숨막히는 순간이 계속됐다.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김당선자가 22일밤부터 다음날 새벽3시까지 그동안 면담인사들과의 대화내용, 향후대책을 정리해 대학노트 한권 분량의 「IMF노트북」을 만들었다』고 김당선자의 고충을 설명했다.
○…김당선자가 당선확정후 25일 새벽 0시30분 IMF로부터 100억달러 조기지원을 얻어 내기까지의 130여시간은 선거개표상황 못지않는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었다. IMF측과의 줄다리기는 24일밤 발표직전까지 계속됐지만 23일이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김당선자는 이날 낮 임창렬 경제부총리로부터 IMF측이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듣고 일단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 하오 4시께 임부총리와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는 나이스 IMF 실무협상단장과 만나 조기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현안들을 논의했다. 김당선자는 김부총재와 유종근 전북지사로부터 립튼 미재무차관과 나이스단장을 만난 결과와 IMF 및 미국측 움직임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기지원에 대한 감을 잡았다. 김당선자는 이어 이날밤 일산 자택에서 박태준 자민련 총재, 김부총재와 저녁을 함께 하며 추가 보고를 받았고 즉석에서 다케시다 노보루(죽하등)전일본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의 조기지원약속을 받아냈다. 「12인비상경제대책위」는 첫회의에서 정부측의 추가개혁조치를 논의했다.
김당선자는 이같은 논의결과를 토대로 24일 상오 예고없이 여의도당사 기자실로 내려와 『외환위기가 가닥이 잡혔다』며 자신감의 일단을 내비쳤다. 김당선자는 이어 밤 9시께 김부총재로부터 IMF조기지원결정 소식을 보고받고서야 비로소 『정말 잘된일』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앞서 김당선자는 20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비상경제대책위 구성에 합의한 뒤 곧바로 임부총리로부터 외환위기 실상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줄곧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김당선자는 하시모토 류타로 (교본룡태랑)일본 총리와 캉드쉬 IMF총재, 울픈슨 세계은행(IBRD)총재등에게 「전화외교」를 시작했고 22일에는 여의도당사에서 립튼 재무차관 등 미국대표단을 만나는 등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재경원은 추가협상에서 정권이 바뀐탓인지 언론플레이와 거짓말을 남발하던 첫협상때와는 달리 철저한 보안과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임부총리는 캠프를 과천청사가 아닌 정부세종로집무실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사무실에 차렸다. 기술신보사무실이 외부에 노출이 덜 된데다 국민회의당사와 국회에 가깝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IMF와의 약속때문에 발표직전까지 지원규모 및 시기, 언론공개시점 등 핵심적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 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자료공개를 24일 하오 8시30분에 하려다 「아직 워싱턴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계속 연기했고 지원내역도 연내에 100억달러라고 했다고 연내 20억달러, 연초 80억달러로 급히 수정했다. 은행 파산법의 경우도 내년 6월에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3월로 앞당겼다.
○…IMF와 주요선진국들은 미국 클린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필요하다면 한국에 자금을 조기지원 한다는 밑그림을 그려 놓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의에서 바이겔 독일 재무장관은 IMF프로그램이 한국에 가혹하며 한국의 외환위기가 심화될 경우 일본마저 무너져 결국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유럽지역의 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했다는 후문이다.<김경철·홍윤오 기자>김경철·홍윤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