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사법사상 전무후무한 충격적 사태가 벌어졌다. 국난으로 상심해 있는 국민들에겐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다.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 보루로서 권위와 책임의식을 지녀야 할 대법원과 헌재로서는 더 이상의 힘겨루기를 자제, 사태를 냉철히 수습하길 바란다.이번 사태의 사법적 쟁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법원판결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두번째 쟁점은 헌재에 의한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쟁점에 관해서는 우리 헌법조항에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이같은 법적 장치의 미비에다 대법원과 헌재의 기관이기주의와 자존심 대결이 가세되어 빚어진 게 오늘의 사태인 것이다. 결국 법적 보완과 상호존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겉보기에 대법원과 헌재의 영역구분을 분명히 해두고 있다. 사법권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속하고, 헌재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만을 결정한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헌재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이번 헌재결정의 발단이 된 것도 헌재에 의해 한정위헌결정이 내려진 조항을 근거로 한 대법원의 상반된 판결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위헌결정권을 관철하기 위해 위헌결정에 반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수리 및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헌재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고, 3권분립 원칙에 따라 최고법원의 판결에 4급 심도 아닌 헌재가 간여할 수 없다는 대법원측 반발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여기서 또달리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게 헌재에 의한 변형결정의 남발과 그 기속력 문제이다. 헌재는 지난 군사통치 시절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한정위헌·한정합헌·헌법불일치 등의 변형결정을 한 적이 많았었다. 이같은 변형결정들에 대해 법원측은 분명한 위헌결정과 달라 법률해석에 있어서 헌재의 견해를 표명한 것에 불과, 기속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더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부동산투기 근절이라는 민감한 조세정책에 반한다고 여겨지는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을 결코 따를 수 없다는 법원측의 주장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에서 조세법률주의나 포괄 위임금지의 원칙문제가 있다 해도 실제거래 가격에 기준한 양도소득세 징수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봉쇄될 때의 국정혼란과 폐해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입법부는 이같은 변형결정의 효력과 기속력에 대한 법적 보완을 서둘러야겠다. 헌재도 그때까지는 변형결정 남발을 자제, 법원측의 사법권 행사를 자극하지 않아야겠다. 법원측도 국란의 와중에서 지나친 과잉반응을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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