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부도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외국인사들의 「지원방한」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아태국장이 21일 2차 방한한데 이어 22일에는 데이비드 립튼 미재무차관이 급거 서울로 날아왔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29일에는 최대의 대한 채권인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 외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할 예정이다.IMF와 서방선진 7개국(G7)의 100억달러 조기지원방침이 립튼차관 등의 방한 직후 확정된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100만 원군만큼이나 반가운 손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운 백성」의 심경은 반가움보다 착잡함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 국제관계에서 공짜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오부치 장관의 방한일정이 발표된 24일. 대외차입금 확보를 위해 숨가쁘게 움직였던 김대중 통령 당선자측의 한 인사가『좋은 선물을 가지고 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던 시각, 외무부에서는 숨죽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선물」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과 달리 일본측에서는 오부치 장관의 방한활동의 초점을 애써 새 한·일어업협정체결 문제에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어업협정 체결 등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방한목적을 밝힌 오부치 장관의 의도는 금융지원과 어업협정문제의 「묵시적 연계」를 시사하기에 충분했다.
외무부 관계자 역시 『이런 마당에 밥그릇을 걷어찰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협정체결 연내합의라는 일본측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하소연했다. 일본측 일방 직선기선 선포의 부당성, 국내 어민의 보호 등을 들어 2년여 동안 고수해온 어업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금융지원이라는 저쪽의 칼날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하긴 「이 못난 백성」이 무슨 말을 할까. 줄줄이 무너지는 오늘날의 빗장에 앞서 임진왜란 때는 원군으로 들어온 명나라 군사들의 창칼 아래 3만이 넘는 백의민족이 스러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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