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4일 이모씨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씨에게 8억8,000여만원의 양도세 등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이 위헌법률에 근거한 것이라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이씨는 87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임야 9,900여㎡를 부인명의로 3억9,000만원에 사들인 뒤 89년 15억원에 팔아 11억여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국토이용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돼 서울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국세청은 이를 투기거래로 판정, 실거래가로 세금을 매겨 이씨에게 8억8,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세를 물릴 때 양도가액은 기준시가에 따르되 투기거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실거래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95년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들어 실거래가로 산정한 세금이 기준시가로 산정한 것보다 많을 때는 실거래가로 과세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 사건에서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실질과세 원칙과 과세관행, 조세형평을 이유로 이씨에 대한 세금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률 해석과 심사의 최고기관인 대법원과 헌재의 해석인 만큼 어느 쪽이 옳은지는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대로라면 이씨는 2년만에 11억여원의 차익을 얻고도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게 된다. 기준시가가 실거래가보다 터무니 없이 낮기 때문이다.
경제의 투명성은 번 만큼 세금을 물리고, 불로소득과 음성소득을 세금으로 얼마나 환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한파로 봉급이 깎이고 거리로 내쫓긴 「월급쟁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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