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 달러뭉치 돈벌이 혈안/온갖 편법동원 사재기도 여전현재의 국가위기상황을 오히려 치부의 기회로 역이용, 환투기 등을 일삼는 일부 부유층들의 몰염치한 행태가 분노를 사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40, 50대 부인들이 주류로 「달러부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들은 장롱속에 거액 달러를 감춰두고 환차익을 노리는가 하면 갖은 편법을 동원, 달러사재기에도 열중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미 8월 연말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보도가 있을 때부터 여행경비로 환전한 뒤 여행을 취소하는 등의 수법으로 대량의 달러를 매입,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환율이 2천원까지 치솟은 23일 K은행 강남역지점에 전날 1만달러를 판 40대 중반의 여성이 『더 이상 환율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달러를 팔았는데 하루사이에 3백원이나 올랐다』고 행패를 부렸다. 이 고객은 환율이 8백원대일 때 달러를 매입, 8백만원 이상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직원은 『환율이 급등락하자 달러를 이미 판 고객들은 은행에 찾아와 항의하고, 환율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소문에 달러를 매입해 가는 중년부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들은 당일 기준환율만 안내하고 환율전망이나 매도시기 상담 등은 금지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H은행 압구정지점에는 『달러가 있는데 지금 팔아야 하느냐,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느냐』는 노골적인 질문 등 하루 평균 2백여통의 환율상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개중에는 『환율이 이렇게 높아서야 나라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며 애국자연 하거나, 유학이나 어학연수중인 자식들의 송금문제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달러를 팔 시기를 저울질하기도 한다.
모은행 지점 관계자는 최근 40대 고객이 20만달러를 팔아 2억원 이상의 환차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은행관계자들은 최근의 폭주하는 문의전화로 미루어 아직도 장롱과 금고에 뭉치달러가 환율상승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G은행 압구정역지점장은 『여름부터 달러를 사재기한 약삭빠른 고객들이 최근 환율이 상승하자 달러를 되팔고 있으나 일부에 불과하다』며 『금융실명제 실시로 검은 돈을 달러로 환전해 놓은 일부 부유층과 정보에 빠른 기업체 고위간부 부인들은 여전히 장롱속에 고액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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