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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빚경영’ 과감히 청산하라/월가서 보는 한국위기 타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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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빚경영’ 과감히 청산하라/월가서 보는 한국위기 타개책

입력
1997.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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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부채비율 690%… 신인도 회복 난망/무모한 투자계획 포기·정리해고 등 실시해야『정작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당장 눈앞의 위기만 넘기려하고 부실을 치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월가(Wall Street)에 진출해 있는 국내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 대한 월가의 불신을 이처럼 전했다.

국제금융계는 특히 과다차입경영으로 금융·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대기업들이 대외신뢰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곧 한국정부가 최근 외환위기를 일시적인 단기유동성 부족으로만 판단, 과투자·오투자로 위기의 근원을 제공한 재벌의존적인 한국경제모델을 그대로 존속시켜 부실을 증폭시키는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차드 사무엘슨 스위스 워벅증권사 한국지사장은 『한국 경제의 위기는 민간부문의 부실로 촉발된 것으로 기업들의 이자부담을 축소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기업들은 30%이상 투자를 축소하고 정리해고를 권장해야 하며 제철 자동차등 재벌의 무모한 투자계획을 즉각 포기하고 이를 대외에 공표해야 대외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캘브 스미스바니 국제금융담당 수석매니저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재벌의 과도한 확장과 정부(재정경제원)의 정책에 너무 의존해 있는 구조적 금융시스템으로 집약된다』며 『재벌기업은 부실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체중감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성 서울대교수도 『30대 재벌그룹의 부채비율이 96년말 현재 431%, 상호지급보증까지 포함하면 690%에 달하는데 단 100∼150%만 넘으면 돈을 빌려주지않는 외국은행이 애걸한다고 해서 돈을 빌려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이같은 부채비율을 하루빨리 낮추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국제신인도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조교수는 『특히 한보·기아사태를 고비로 「한국의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짐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한국 대기업에 대한 반응은 더욱 냉담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 타결이후 국제금융계의 불신이 더욱 가중된 것은 정부가 부실은행과 종금사에 대해 지원하는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함께 정부가 「재벌의존적 부채경제」를 개선할 명확한 스케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몇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IMF협약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밝힌 것만으론 국제금융계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부는 어차피 산업부문의 부채경영구조를 개선할 프로그램을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재방한한 휴버트 나이스 IMF실무협의단장이 들고온 「새로운 요구」가 이 부분에 대한 요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세계은행(IBRD)도 2차 지원자금(70억달러)의 조건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경쟁정책 강화」등을 요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내 대기업들은 급박한 외환사정을 감안, 시간을 끌며 결국 등떠밀려 대책을 내놓기 보다 과감한 부채청산 스케줄을 조속히 제시, 국제금융계에 『한국의 부실구조는 조만간 해소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한다는 지적이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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