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합의사항 신속실천 부실은행 과감정리 등 대통령당선자 전면나서 국가신인도 반전시켜야”한달 전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인 캉드쉬가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상황에 이르러서야 구제금융을 신청하였다고 한국정부를 비난했다는 보도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보고를 들은 뒤 『외환보유고는 거의 바닥이 났고 오늘 파산할 지 내일 파산할 지 모르는 지경이 됐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외국언론은 한국의 외채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한국정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연일 한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긴급지원자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최소한 연말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국가부도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다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 없다. 미국언론은 한국이 이번 연말도 문제지만 내년 1월에 갚아야 하는 외채규모가 160억달러를 넘어 1월이 정말 위기라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한국지원은 냉정한 「계산」하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지원에 대한 대가가 비싸지고 있다. 이미 미국은 긴급자금지원 대가로 외환관리제 폐지, 정리해고제 도입 등 「IMF+α」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상황이 어려워져 다시 미국에 손을 벌릴 경우 미국은 「+β」를 요구할 것이다. 그래도 만약 한국이 자력으로 외채를 일부 상환하거나 만기연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때 미국은 한국 지원을 포기할 것이고 우리는 국가부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가부도를 피하는 방안은 자명하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형식을 따지지 말고 전면에 나서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다음과 같은 개혁을 추진하여 국가운영의 방향을 일대 전환시켜야 한다. 외국에게 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와 이를 실천하는 과감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추락하는 국가신인도를 반전시켜야 한다.
첫째, IMF 합의사항과 미국의 요구조건을 신속하게 실천하여야 한다. 물론 이중 수입선다변화제 폐지, 정리해고제등 일부 합의사항은 외화지원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일부 외국언론도 IMF와 미국이 한국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우리에게 이를 피할수 있는 대안이 없다. 따라서 IMF합의사항과 미국의 요구사항을 즉각 실천함으로써 먼저 외환위기에서 탈출하고, 향후 상황이 크게 개선될 때 추가협상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재정경제원의 전권을 위임받아 대외협상 창구가 되고 거시경제, 금융, 외환 등의 주요 경제정책을 수립·집행하여야 한다. 재정경제원을 비롯한 한국 정부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불신이 국가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새로운 전문가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할 때 실추된 한국정부의 신인도를 반전시킬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셋째, 부실은행을 조속히 정리하여야 한다. 정부는 은행폐쇄는 있을 수 없다고 장담하고 있으나 외국금융기관은 이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 향후 상황변화에 따라 부실은행의 폐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외국은행은 어느은행이 폐쇄될 지 모르기 때문에 국내은행에 대한 신규대출을 거절하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 외국은행의 자금회수를 막기 위해서는 이미 알려진 일부 부실은행등 부실 금융기관을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 한편 은행정리에 따른 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교은행을 한시적으로 설치하여 폐쇄되는 금융기관의 대출업무와 예금인출 업무를 관장하여야 한다.
넷째, 경제체질개선을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부실기업의 정리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특별법」을 조속히 마련하여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시켜야 한다. 특히 계열기업의 동반 부실을 초래하고 부실 자회사의 정리를 가로막고 있는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일부 은행 및 기업이 외채를 갚지 못하는 경우 외화 지급불능(디폴트)을 용인하여야 한다. 현재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한국은행이 일반은행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은행의 외화보유고가 줄고 외환위기가 증폭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확보한 외화는 가급적 환율안정과 수출입 금융지원에 사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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