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사람값”예술성으로만 따지면 이완용의 글씨는 안중근의사의 그것보다 낫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글씨값의 반은 「사람값」이다. 그래서 이완용의 글씨는 거의 매매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글씨의 가격구조이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의 휘호값은 어떨까.
우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글씨는 『예술성을 말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의 평가. 하지만 글씨 넉자가 들어간 반절 크기의 휘호가격은 대략 3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여태까지는 찾는 이가 별로 없어 거래가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최근 가격을 물어오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게 한 고미술전문가의 말이다. 김 당선자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은 대통령 휘호만을 수집하는 일부 호사가들의 수집대상으로서 글씨의 값어치를 더욱 높여주기 때문에 「특수」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글씨의 수준이 상당한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집권 직후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돼 500만원 선에서 거래가 되는 등 인기를 모았으나, 최근 열기가 식었고 앞으로는 찾는 이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최근 한 경매사에서는 「대도무문」이라는 휘호를 경매에 내놓으려다 여론이 좋지 않아 취소했다.
역대 대통령의 휘호 중 가장 비싼 것은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글씨. 예술성 면에서 가장 높은 평판을 받고 있는 이 전대통령이 자주 썼던 「방구명신」 휘호는 1,000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해강 김규진을 사사한 박정희 전대통령은 글씨가 수준급으로 한글을 즐겨 썼다. 글씨는 대략 700만∼1,000만원 선인데 최근 「박정희신드롬」을 타고 올랐다. 「저축은 국력」이라는 휘호가 최근 750만원에 거래됐다.
대통령 글씨는 아직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한말 유명인들의 글씨보다 오히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 앞으로 매매가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는 게 경매 관계자들의 전망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