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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간섭도 특혜도 없다”/김 당선자­경제단체장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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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간섭도 특혜도 없다”/김 당선자­경제단체장 대화록

입력
1997.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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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애용이 애국인 시대 지났다/대기업은 전차 중기는 개미군단/경쟁력이 첫째 노사문제 두번째/김 당선자/최종현 회장 “우리는 죄인중 죄인”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24일 낮 국회귀빈식당에서 경제단체장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1시간 30여분동안 계속된 이날 간담회에서 김당선자는 새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를 설명하고 기업인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특히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전통적인 여권단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는데, 김당선자는 회담 시작전 최종현 전경련 회장에게 다가가 『부회장이 오시는 것으로 알았는데 직접 오셨군요. 몸은 괜찮으십니까』라고 관심을 표시했고 최회장은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최회장은 간담회말미에 『요즘 경제인은 할 말이 없다』며 『우리는 죄인중 죄인』이라고 말해 마치 참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 배석자는 『간담회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최회장과 구평회 무역협회장, 김창성 경총회장, 김상하 대한상의회장, 박상희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원철희 농협중앙 회장,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비롯한 당직자 2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김대중 당선자=오늘은 경제 5단체장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장도 함께 초청했다. 농사를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주식은 자급해야 한다. 우선 철저한 시장경제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밝혀둔다. 열심히 노력해 전세계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살 길이고 애국하는 길이다. 둘째, 안정을 최대로 중시하겠다. 특히 국민들의 식생활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물가가 안정돼야 기업운영에 도움이 된다. 셋째, 과학기술입국 정책을 펴겠다. 세계에서 가장 좋고 싼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하다. 2등은 소용이 없다. 국산품 애용만이 애국인 시대는 지났다. 넷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쌍두마차처럼 공조해야 한다. 대기업은 중화학, 중소기업은 경공업으로 역할분담해 각자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은 거대한 전차처럼 밀고나가야 하고 중소기업은 개미군단처럼 뛰어가야 한다.

다음으로 노사문제에 대해 말하겠다. 조만간 노총관계자도 만날 것이다. 노사는 두번째이고 국가경쟁력이 첫째이다. 노사간에 누가 이기더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모두 망한다. 실업문제도 국제경쟁력의 기준에서 봐야 한다.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양적으로 해고의 길도 있고, 질적으로 해고하지 않고 임금을 동결해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 있다. 노사정 3자가 협력, 경제를 살려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여러분들과 상의할 것이며 일단 정책을 세우면 일관되게 밀고나갈 것이다. 국가가 존망지추에 있다는 것이 과장된 말은 아니다. 정부정책이 너무 기가 막힌 점이 많다. 또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경제외교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21세기를 앞둔 역사적 변혁기이다.

◇박태준 총재=IMF요구는 법과 행동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정치인들과 노사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가 정말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기업인들도 당장 외국으로 달려가 단기외채를 빼내가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구평회 회장=미국금융계에서 일하는 친구는 총력을 다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 친구는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며 이번에 정권교체가 이뤄져 대량실업사태에 따른 국민적 불안을 정치적 지도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동안 정부의 귀는 불완전하게 열려 있었다. 정부가 기업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상희 회장=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달라.

◇최종현 회장=5년만에 경제인으로서 속이 시원한 소리를 들었다. 요즘 경제인은 할말이 없다. 저희가 잘못해서 이꼴이 된 것이다. 죄인중 죄인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흑자를 내면 IMF와 국제금융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기업인들은 이를 물고 흑자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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