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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체질 중기 처방은 없는가/기업수·수출규모는 선진국 수준 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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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체질 중기 처방은 없는가/기업수·수출규모는 선진국 수준 불구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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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기침하면 당장 감기·몸살/독자적 해외개척이 관건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대기업이 고전하자 줄줄이 쓰러지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든든한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가진 중소기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일본, 대만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수출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생산의 개미군단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한다. 자금 동원력이 낮고, 자체 기술력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일본·대만의 경우, 전체기업 중 중소기업의 수는 각각 99.1%, 98%로 우리나라(98.9%)와 비슷한 수준. 그러나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위상은 엄청나게 차이난다. 우선 대기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종속관계로 맺어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는 달리 자체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판로를 다양하게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대기업 부도의 영향으로 줄줄이 하청업체가 망하는 악성 파급효과는 우리나라에서나 심각한 일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일본의 하청업체 A사는 당장 도요타와 거래가 끊기더라도 치명타를 입지 않는다. 일본 닛산, 미국 포드, 한국 현대 등 다른 거래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격과 품질 면에서 국제경쟁력이 있고, 자체 마케팅력도 쌓아왔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하청업체는 납품하는 대기업이 부도 나면, 살 길이 막막해진다. 기술력보다는 대기업에 대는 「줄」이 곧 영업력인 풍토에서 커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개척한 영업망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기침하면 당장 감기, 몸살을 앓는」 것은 이런 허약한 체질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를 보자.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대만 경제의 경쟁력은 덩치가 작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유연성에 있었다는 평가다. 꾸준한 기술혁신의 노력, 자기 브랜드 이미지 구축, 해외시장 개척 등도 중소기업의 몫이었다. 대만 정부도 기간산업은 공영 대기업에, 민간산업은 중소기업에 맡기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통상산업부 중소기업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소제조업체의 수출액이 총 수출액의 42%에 달하는 등 규모면에서는 결코 경쟁국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뒤떨어지고 대기업에 종속적인 경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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