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추락 겹쳐 수출입마비 치달아/외채 내년초 더 막막… 대결단 시급원·달러 환율이 마침내 「1달러=2천원」(현찰매도율 기준)에 도달했다. 2천원 자체보다는 그만큼 달러가 고갈됐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극심한 달러고갈속에 환율폭등→수출중단·수입결제불능→금융기관 외화부도→대외거래단절→국가부도의 끔찍한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달러=2천원 환율의 의미 2천원에 대한 심리적 공포감속에 시장환율은 달러당 1천9백95원에서 멈췄지만 환전환율(은행의 현찰매도율)은 2천67원까지 올라갔다. 환율폭등은 세계 양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잇따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위험·투기채권)수준으로 평가절하함으로써 한국의 미래를 보는 해외의 시각이 극히 비관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율이 2천원에 도달했다는 것은 시장기능의 정지라고 볼 수 있다. 환율폭등은 해외자금의 유입은 물론 그나마 국내에 있는 달러조차 시장에 나오는 것을 막고 있다.
환율폭등속에 야기된 금융기관 외화난은 유일한 「달러박스」인 수출네고까지 동결했고 수입업체들은 사실상 결제불능상태에 돌입, 대외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극단적 외환수급 불균형 대외신용도 개선으로 달러고갈사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환율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점에서 무디스와 S&P의 신용평가결과는 향후 환율의 움직임과 관련, 너무도 비관적이다.
현재로선 외환수급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우선 이달엔 「국제통화기금(IMF) 패키지」에서 예정대로 돈이 다 들어오고 만기외채를 다 갚는다고 할 때 정부는 약 15억달러가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돌발적 외채상환요구가 없다는 전제에서다.
설령 연말고비를 넘겨도 상황은 매우 어렵다. 외채상환 일정이 아주 빡빡한데다 1, 2월은 전통적으로 경상수지적자가 커 현재보다 외환수급사정은 나쁠 수밖에 없다. 3월은 최대채권자인 일본계 은행들의 결산기다.
결국 관건은 해외 민간차입선들이 얼마나 외채만기를 연장해주고 나아가 신규차입을 허용하느냐에 있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만기 1년미만)는 최소 9백40억달러(S&P평가), 많게는 1천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백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더구나 2∼3년에 걸쳐 제공될 IMF패키지만으론 단기외채상환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위기돌파 대책 해외 민간차입선을 설득하려면 정부가 보다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S&P와 무디스가 한꺼번에 2∼4단계씩 신용등급을 추락시킨 것은 한국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장영 박사는 『해외차입선들의 불신은 단기외채상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총 단기외채규모가 얼마인지, 상환일정은 어떤지 숨김없이 조기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경우 단기외채만기가 대부분 3개월이내로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해외 차입선들은 한국도 단기외채 상환일정이 대부분 내년 1·4분기에 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단기외채규모가 얼마인지도 정확히 몰라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우선 실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IMF요구이행을 위한 통치권차원의 결단과 대외적 천명으로 나라밖의 불신부터 씻어내야 한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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