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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로 달라질 것/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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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로 달라질 것/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특별기고)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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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아닌 대화·설득/부패척결 우선과제/권력마약 안빠지게/당선자 경계 고삐를”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거라고 하는 제도가 시작된 이래로 당선된 후보의 공약이 100% 지켜진 경우는 전무하다. 모든 나라를 다 조사해 보았느냐고 묻지는 마시라. 그건 조사할 필요조차 없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기간중 언론은 모든 후보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장밋빛 공약을 남발해댄다고 비판했지만 그렇게 비판하는 언론인 역시 선거에 출마하면 반드시 달라지게 돼 있다. 선거는 후보나 유권자 모두 조금은 미치게 만드는 대중 민주주의의 상징적 의식이기 때문이다.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의 과장을 크게 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모든 후보들이 참여한 그 「과정의 게임」에서도 그 어떤 의미있는 흐름을 읽을 수 있고 후보들간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나중에 그런 「본질」에 대해 당선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면 되니까 대중 민주주의의 선거는 「인민을 속이는 사기극」이라고 좌파적인 주장을 할 필요도 없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나온 언론보도와 논평을 보니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 어떤 언론인은 김당선자에게 선거기간중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많이 했으니 그 약속을 미리 깨라고 충고를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대학교수는 이 경제 난국에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씨가 측은하다는 위로를 보내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신문 사설과 칼럼들이 수없이 나온 걸 보면 김대중 당선자의 앞길이 무척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언론매체들이 전해주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의 「김당선자에게 바라는 주문」내용을 종합해보면 대선후보들의 장밋빛 공약만큼이나 엄청나다. 김당선자 스스로 국민의 기대수준을 높여 놓았으니 「자업자득」이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높은 기대수준의 「거품」을 빼지 않고서는 현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도 어려우니 그게 문제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누가 말한 대로 약속을 깨야하나. 그러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잘 해보겠다고 큰 소리를 친 사람에게 잘 하기 어려우니 미리 잘할 자신이 없다고 선언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바로 언론이 할 일이다. 그간 우리는 「거품경제」에서 살아왔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거품이 많다. 그걸 빼야한다. 의식도 바뀌어야한다는 말이다. 빠진 거품을 다시 채워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건 콩 한쪽을 나눠먹는 공동체의식의 복원이다.

정권교체는 반드시 세상의 모습을 바꿀 것이다. 그러나 그 달라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면 그건 보이지 않는다. 그건 우선적으로 「정신혁명」이며 그것이 가시화하기까지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가. 이것만큼은 김당선자가 한치의 오차없이 실천해야 하며 반드시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에게 제일 먼저 이걸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게 선행돼야 우리 경제도 살아나고 공동체적 삶도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부정부패의 척결이다. 살벌한 사정바람을 일으키라는게 아니다. 그 방법은 절대 안 먹힌다. 차분한 대화와 눈물어린 설득이 더 유효하다. 두말할 필요없이, 부정부패의 근원은 권력이며 정치권이다. 정경유착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면 다른 분야의 부정부패는 비교적 손쉽게 척결할수 있다. 정치개혁이 곧 경제개혁인 것이다. 국회의원을 국민의 경멸이 아닌 존경받는 직업으로 만드는 건 국회의원들도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건 정권창출의 「원죄」가 없는 김당선자로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정권교체의 이데올로기는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흘러 넘친다면 우리는 의외로 쉽게 현 난국을 극복할 수도 있다. 지역갈등도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치유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없었기에 권력의 주구로 전락했던 모든 사회기관과 기구들도 앞으로 공정하게 각기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한다면 이 또한 엄청난 개혁인 것이다.

김당선자 역시 그 정신을 지켜야 한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속설을 깨부숴야 한다. 이건 단지 마음만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마 발버둥을 쳐야 할 것이다. 당선자는 권력이라는 마약에 도취되지 않게끔 예방의 차원에서 지금부터 매일 밤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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