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신발·완구 등 하향곡선 이어/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력산업도 신장률 둔화/선진국 시장 겨우 1.7% 차지/개도국도 수요개척 한계「수출입국」각오를 새로 다듬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상실로 한국상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고급 시장은 선진국에, 중저가 시장은 후발개도국에 밀려 빈껍데기만 남은 것이 「수출한국」의 현실이다.
수출의 적신호는 먼저 수출증가율의 둔화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액은 1,297억달러로 95년에 비해 3.7%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 10월까지의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5.8% 증가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출 둔화는 선진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이 가장 큰 원인. 대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9년 이래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시장 상실에 따른 수출감소액은 1,000억달러. 같은 기간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14.1%에 달하는 규모다. 수출업체당 평균 470만달러의 수출이 줄어든 셈이다. 선진국시장 점유율도 88년 2.3%에서 지난해에는 1.7%로 급락했다.
개도국 시장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동남아의 경제위기로 인한 수출타격이 대표적인 예. 가전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올해 냉장고 수출이 5,000만달러나 감소했다. 동남아 국가에 건설장비를 수출하는 한우건설기계 정평기과장은 『올해 수출목표를 1,800만달러로 잡았으나 작년 수준인 1,200만달러도 달성할 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수출시장 상실을 가장 실감하는 분야는 섬유, 신발, 완구 등 경공업 분야. 섬유업계 관계자는 『가공기술이 앞서는 직물원단 외에는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거의 없고 고유 의류브랜드 수출은 꿈도 못꾸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완구업체들은 가격경쟁에서 버티지 못해 공장을 대부분 해외로 이전했고 신발업체들도 완제품 대신 중간재 수출에만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경공업 제품 수출은 95년에 비해 1.8% 감소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가전 등 주력수출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30∼40%의 수출신장률을 보이던 전기·전자산업은 지난해 수출이 20억달러나 감소했고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올해 수출이 3.8%나 줄어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과 중남미국가의 시장진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연초에 비해 3분의 1로 떨어졌고 비메모리 분야는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아직 크다』고 밝혔다. 가전분야는 올 수출이 15%나 줄어 가전 3사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아예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있다.
자동차도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품질과 브랜드 인식도가 뒤떨어지는 데다 엔화하락을 이용한 일본차의 공세가 워낙 거세기 때문. 현대자동차 이형근 수출마케팅실장은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 가격을 내리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중형차 시장은 공략에 한계가 있고 소형차는 판매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세계1위의 영예도 빛이 바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선박수출은 지난해 비해 20%나 감소했다. 그나마도 저부가가치의 일반선박이 주류다. 「돈이 되는」고급선박은 대부분 일본의 몫이다. 일반기계 분야도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2.9%나 감소했다. 한때 한국이 주도하던 세계 컨테이너 시장도 중국에 대부분을 내주었다. 지난해 수출이 급감했던 철강과 석유화학산업도 수출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한국무역협회의 97년 수출경쟁력 조사 결과는 더욱 우울하다. 수출기업중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업은 고작 26.9%에 불과했다. 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업이 절반 이상(52.1%)을 차지했고 가격경쟁력이 더 약해질 것이란 응답도 58%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경공업 분야는 물론이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도 수출시장을 잃고 있다. 기술력 향상과 고부가가치화로 후발국과 선진국의 공세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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