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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만이 살길이다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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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다. 수출이 아니고는 IMF 한파를 뚫고 살아남을 수 없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 할수 없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96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1,297억달러. 수출을 통해 창출된 신규고용은 344만8,000명. 수출 100만달러당 2만7,000명의 고용이 유발된 셈이다. 96년의 경우 수출로 인해 얻은 소득은 777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했다. 한 분야의 제품 수출은 관련 부품이나 생산을 촉진하고 이들 분야의 고용과 소득까지 연속적으로 창출한다. 또 수출로 외화를 벌어와야만 외환위기의 원인인 막대한 외채를 갚을 수 있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IMF 시대를 맞은 우리 경제 최고의 과제이다.<편집자주> ◎대기업이 뛴다/너도나도 ‘제2의 수출붐 조성’ 내년 목표로/“실적을 임원인사에 반영” 사장들이 직접나서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 15층. 세모의 토요일 하오인데도 사무실은 분주하다. 그룹 종합기획실에 회장 직속기구로 설치된 「수출점검반」.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는 가운데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짜내고 있다. 현대그룹이 내건 내년 그룹 경영목표는 「수출」두 글자. 종합기획실 관계자는 『이제부터 각 계열사 사장들이 직접 수출현장을 챙기게 될 것』이라며 『수출실적은 내년 임원인사에도 반영된다』고 그룹의 단호한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 LG 대우 등 다른 대기업도 다르지 않다. 이들 모두 「제2의 수출붐 조성」을 내년도 목표로 정했다. 두차례나 오일쇼크라는 충격파를 맞았던 70년대와 똑같이 수출증대를 생존을 위한 배수진으로 정한 것이다. IMF 협정에 따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이내로 하향조정되고 대량 실업 등으로 내수시장 위축이 예상되는 데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자금위기를 타개할 길은 수출뿐이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은 내년 수출목표를 올해보다 20억달러 늘린 170억달러로 정했다. 그룹관계자는 『현지 투자법인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완제품은 물론 원자재와 부품 수출까지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동반진출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LG도 사업체계를 수출확대형으로 개편, 새롭게 수출 전쟁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은 선진국 시장을 적극공략하고 조선 석유화학 통신기기 등의 수출증대에 나설 계획이다. LG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국 인도 등 인구밀집국가를 주력시장으로 꼽고 대대적인 공세를 펴기로 했다.<이상연 기자>

◎배수진 친 중소기업/“앉아서 망할수는 없다” 해외바이어 직접방문/대기업들이 포기하고 나온 시장 적극 개척

성인용 구두 제조회사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M물산. 직원 3명이 수출용 샘플과 수출서류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회사 사장 S씨. 『살 길이라곤 수출 뿐이지요. 고품질 생산도 중요하지만 최근처럼 내수가 막힌 이상 수출 길을 뚫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포함한 직원 모두가 수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M물산은 93년 6월 문을 연 이래 직원 20여명이 매달 5,000여 켤레를 생산하며 국내 굴지의 제화회사에 납품해 온 중견업체. 지난해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등 사업을 확장했지만 구두업계의 잇단 부도로 납품량이 급격히 줄자 수출로 활로를 뚫어나가고 있다. S씨는 미국의 몇개 수입업체와 서신을 교환해 봤지만 진척이 없어 28일 미국에 직접 가기로 했다. 경비가 얼마나 들든, 미국 전역을 돌아보더라도 공장을 살릴 수 있는 만큼의 계약을 하고 올 각오다. 『앉아서 망할 바에야 하는 데까지 해 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배어있다.

M물산처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올들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자 수출확대에 전력을 다해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이 6.5%로 대기업(5.2%)보다 높았으며 총수출액(1,122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7%(46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0.3%포인트 늘어났다. 중소기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올들어 전체적으로는 구미 선진국 시장에 이어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등 신규시장에 대한 중소기업 수출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포기하고 나온 시장을 중소기업이 다시 개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염영남 기자>

◎정부도 결단내려야 한다/고비용·저효율 구조 깨고 각종 규제 풀어야/우선 수출기업 발목잡는 무역금융해결이 시급

수출증대, 기업들의 각오만으로 이뤄질까. 이를 물고 밤잠을 안 잔다고 수출이 늘까. 환율급등에 따라 높아진 가격경쟁력은 수출증대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기업 못지 않은 각오와 결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고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이 수출증대의 열쇠다. 수출지원시스템 재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내수위축으로 쌓여만 가는 재고를 수출로 뚫으려는 한 중소업체 사장의 토로. 『대만의 해외무역공사를 가 봤더니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가 풍부했다. 국내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정보였다.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체계도 뛰어났다. 원자재 수입에서 기술개발, 제조, 판매, 수출까지 알아서 해야 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판판이 밀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선은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무역금융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최근들어 수출기업들은 은행들의 무역금융 중단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협약에 따라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돈줄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그룹의 수출창구인 종합상사조차도 신용장매입 등 무역금융이 중단되면서 최근 며칠 사이에 수출이 「올스톱」됐다. 수출을 위한 원자재 수입도 신용장 개설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상승으로 호기를 맞은 수출이 무역금융이 중단되는 바람에 효과가 반감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역금융이 계속 중단되면 수출기반이 완전히 와해돼 앞으로는 수출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제때 수출을 못하면 바이어가 떨어져 나가고, 한번 떠난 바이어를 붙잡으려면 지금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앉게 된다』 한 수출업체 사장의 절규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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