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대출연장여부 환란탈출 최대변수외국계은행들의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 만기연장여부는 사실상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최대변수이다. 현재의 외환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등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해지고 있는 외국금융기관들의 무차별적인 대출금회수가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IMF자금이 들어오면 외환위기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만기도래하는 부채도 50%정도는 재연장이 되리라는 전제아래 외환수급계획을 작성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신용평가기관들이 일제히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민간금융기관의 차입선이 거의 끊기게 되는 지경에 처했다. 결국 강만수 재정경제원차관은 22일 마이클 브라운 미국 시카고은행장 겸 외국은행대표자회의(FBG)간사와 만나 직접 대출연장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한 외국은행 지점장은 『최악의 사태에 이르게 되면 결국 한국뿐 아니라 외국금융기관들도 돈을 떼이고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공멸위기감이 확산된 상태』라며 회의소집배경을 설명했다. FBG는 22일 하오 1차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한뒤 개별은행별로 본점과 연락을 취했으며 본점들은 보다 정확한 자료와 실무방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FBG는 23일 상오 재경원관계자를 참석시킨 가운데 다시 회의를 가진뒤 본점과 최종협의를 갖기로 한 것이다.
대출금 만기연장을 위한 방법으로는 크게 두가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8개월이상 장기대출금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면 일단 회수는 하되 회수자금을 즉시 한국은행에 대출해주고 한은은 다시 이를 국내은행에 대출해주는 「브리지 론」형식을 취하자는 것이다. 외국은행은 이같은 방식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대출위험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BIS를 산정할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경우 해당국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은 위험가중치가 20%로 계산되지만 한국은행과 같은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0%로 치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이 상당부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단기 대출금에 대해서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정부의 보증을 받아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200억달러한도내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에 대해 정부가 보증하겠다는 조치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 금융기관들이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외채는 100억달러. 외국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대출만기연장이 전혀 이뤄지지 않더라도 연말까지는 한국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 2월까지는 추가로 190억달러정도가 상환기일이 도래한다. 이가운데 FBG 소속 금융기관들의 대출금이 거의 80%에 달하고 있어 이들의 대출금 연장여부가 외환위기탈출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출연장이 이뤄지면 직접적인 효과와 더불어 국제외환시장에서의 신인도도 급격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의 대출연장 조치가 하루 이틀사이에 가시화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연장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개별은행별로 한은과 협의를 거쳐 실무적인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빨라도 1월초가 돼야 할 전망이다. 한 미국계은행 지점장은 『본점에서도 대출연장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일단은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임을 시사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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