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가 들려주는 바람난 유부녀 승려들의 위선 등/요절복통·재치넘치는 70가지 설화 모음『앵무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도 어느 마을에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슈링가라바티」와 「스바가」라는 두 아내가 있었습니다. 둘 다 바람기가 많아 남편이 들에 나가 있는 동안 정부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쾌락에 빠지곤 했습니다. 어느날 나무하러 가는 남편의 그림자가 사라지기 바쁘게 둘은 각자의 애인을 집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여신 카마의 불화살에 많이 맞은 슈링가라바티는 애인과 신속하게 쾌락을 즐기고 내보낸 반면, 스바가는 카마의 화살을 덜 맞았는지 애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들어왔습니다』
슈링가라바티는 지혜의 신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난제를 해결한다. 우선 스바가의 침실로 달려가 남자를 침대 밑에 숨긴 후 머리를 풀어헤치고 손발을 벌벌 떨며 미친 척하고 있으라 해놓고 남편에게는 스바가가 몹시 아프다고 둘러댄다. 남편이 해온 나무에 귀신이 붙어 스바가를 괴롭히는 것이니 빨리 나무를 제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재촉한다. 그 사이에 두 여인은 정부를 집에서 내보내고 화를 모면했다.(85∼86쪽).
「아라비안 나이트」나 「데카메론」을 연상시키는 이런 이야기들을 한 데 모은 「인도 앵무 70일 야화」가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인도설화집으로 일찍이 페르시아어로 번역돼 다시 유럽에 알려졌으며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독일어본을 읽고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책은 앵무새가 사람들에게 70일동안 때로 요절복통할, 때로 세상 사는 지혜가 번득이는 70가지의 우화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내용은 주로 바람난 유부녀 이야기가 많고 종교, 계급, 직업, 왕궁생활, 바라문(브라만교의 승려)의 위선, 창녀들의 실상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중세인도의 사회상을 유쾌하게 펼쳐보인다. 우리가 과거의 인도사회가 단순히 명상과 신비의 나라가 아니라 매우 개방적이고 활달하며 낙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가 홍경화씨가 편역하고 사진작가 유관호씨가 관련사진을 실었다. 거리문학제 발행, 6,5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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