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23일 발표한 「은행소유구조 개선방안」은 외국인이나 재벌이 시중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시중은행에 관한한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4%이하로 규정하고 재벌은 물론 외국인의 시중은행 소유를 극력 막아왔기 때문이다. 은행의 재벌 사금화와 외국인의 경제력지배를 우려해서다.이와함께 「금융빅뱅」의 뇌관으로 지목되어 온 「은행주인찾아주기」에 스위치를 넣는 작업이란 점에서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경원은 은행법 개정안이 임시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행령을 바로 만들어 내년 1월중에 발효시킨뒤 2월의 은행 주주총회이전에 나름대로 구상중인 은행의 인수·합병(M&A)구도를 1차 완료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어 빅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재경원이 이같이 입장으로 급선회한 것은 외국금융기관의 국내은행M&A를 허용하기로 이미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해 이를 실천하는 마당에 국내 재벌을 배제할 경우 이는 오히려 역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은행 주인찾아주기와 같은 특단의 자금유입책을 강구하지 않은채 기존의 부실금융기관 해법만 고집할 경우 은행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는 위기론과 미국 및 IMF의 압력도 작용하고 있다.
특이한 부분은 국내 은행을 M&A할 경우 외국금융기관이 철저하게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즉, 외국금융기관이 특정 은행에 대한 지분을 4% 초과했다고 감독당국에 신고를 해야만 재벌을 포함한 내국인도 4%를 넘을 수 있다. 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10%초과시나 25%초과시, 33%초과시에도 이같은 「선 외국 후 한국」개념이 적용된다. 또한 10%초과시부터는 현재의 합작은행처럼 내국인이 외국인의 지분율을 초과할 수 없다. 재벌이 외국금융기관을 밀어내고 최대주주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과연 국내은행 인수에 나설까. 최근의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외국인들은 국내은행업에 진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뉴욕증권가에서는 시티은행이 서울은행을, 채이스맨하턴은행이 제일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국내 재벌과 함께 참여, 이들 2개은행을 합작은행 형태로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금융계는 이와 관련, 방한중인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를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의 거부이면서 M&A전문가로 서유럽에 널리 알려진 그는 미국시티은행의 지분 10%를 보유한 씨티은행의 사실상 주인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초청으로 방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를 예방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최대주주인 시티은행은 최근 태국은행을 인수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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