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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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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하이라이트)

입력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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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편에도 안선 종교개혁 선구자/그의 승리와 비극에 관한 평전에라스무스(1446?∼1536).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유럽을 떠돌다 스위스 바젤에서 세상을 떠난 16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인문주의자. 고대언어·문법학자이자 종교사상가, 성서번역가, 작가이기도 한 그는 「우신예찬」에서 「우매함」 부인의 입을 빌려 교황청이 저지른 죄의 목록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종교개혁의 선구자가 된다. 그러나 막상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교황청의 면죄부에 대한 95개조 반박문으로 파문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루터의 중재요청을 거부한다.

그는 종교개혁이 자칫 증오와 격정과 광신으로 얼룩진 폭력으로 번질 것을 예감했다. 이 때문에 16세기 종교개혁시대에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이성과 중용, 절제, 조화를 끝까지 버리지 않는 인문주의의 길을 택한다. 당시의 한 서한집에는 이런 글이 실렸을 정도다. 『나는 에라스무스가 그 편에 가담해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그러나 어떤 상인이 내게 「에라스무스는 늘 자신만 대표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가 쓴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는 한 위대한 인문정신의 승리와 비극을 평전 형식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이 나온 것은 히틀러가 독일총리가 된 지 1년 후인 1934년. 그의 의도는 바야흐로 종교개혁시대와 같은 광기와 폭력과 증오가 난무하는 나치즘에 대한 고발이었다. 츠바이크는 이 책 때문에 영국 미국 브라질 등에서 비극적인 망명생활을 해야 했고 자신의 모든 작품이 나치에 의해 금서로 묶이게 된다. 한국외대 강사 정민영씨 옮김. 자작나무 발행, 7,000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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