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관료·은행가 3B/자기도취·연줄·부패 3C 잉태아시아 경제의 잇따른 붕괴에 우리는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가 더 이상 개인주의적인 서구의 가치를 부끄러워하며 머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때문인가? 아마도 우리는 21세기의 다른 이름인 「태평양 시대」의 집단주의 정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자주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시아가 위기에 빠진 반면 미국은 재정적자감소와 함께 7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순간 만족감에 빠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순간일 뿐이다.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불신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치가 일제히 떨어지고 대규모 파산과 실업, 스태그플레이션이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화한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첫 위기로 인해 비관주의가 판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다들 문밖으로 몰려나가려는 금융공황만은 피해야 한다. 일본이 위기의 열쇠다. 모래성이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국가들에는 서구식의 법인 구조와 세련된 시장이 결여돼있다. 대신 정부에 포진해있는 유능한 엘리트 관료들이 길을 인도해왔다. 그들은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장려, 서구에서는 이미 기반이 잡힌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자본집약적 수출산업을 키웠다. 무역이 늘면서 그들은 권위에 복종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바로 이 아시아적 모델의 상의하달식 속성이 약점이 됐다. 기업가(Businessmen) 관료(Bureaucrats) 은행가(Bankers) 등 3B의 「철의 삼각지대」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이 전혀 없었던 결과, 자기도취(Complacency) 연줄주의(Cronysm) 부패(Corruption)등 3C가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한국의 은행들은 위험도 평가보다는 정치적 관계에 따라 혹은 뇌물을 받고 엄청난 돈을 빌려줬다. 한국을 움직인 것은 건전한 기업이 아니라 확실한 상납(Kickback)이었다. 전두환 전대통령에게는 9억달러, 노태우 전대통령에겐 6억달러가 넘게 상납됐다. 한국이 올해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만 200억달러이고, 내년에도 480억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외환보유고는 고작 50억달러뿐이다. 이 악성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도 갚아줄 능력이 없다.
모두들 일본으로 눈을 돌린다. 일본이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관건이다. 일본의 문제는 금융시스템이다. 금융권은 엄청난 악성부채를 떠안은 채 버텨왔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경제」가 사라진 뒤 손실을 숨겼다. 금융당국은 거짓으로 일관, 공황을 불렀다. 그들은 이제 공공자금으로 부실경영과 자본부족으로 허덕이는 은행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많은 돈을 빌려준 것이 바로 일본의 은행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자신의 의무를 다할 것인가, 혹은 그럴 능력이 있는가가 문제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정리=이희정 기자>정리=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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